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며 원료 수급 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 가운데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 업계가 4월 '나프타 쇼크'를 막을 수 있을까.
중동발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가 산업 전반의 '나프타 대란'을 막기 위해 수출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상황속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히며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3주 분량에 불과하다. 현재와 같은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4월 중순 이후 생산 차질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나프타는 반도체·자동차 등 산업에서 사용하는 석유화학 소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다. 플라스틱·비닐·합성고무 등 전방 산업 전반에 쓰이는 '산업의 쌀'이라고 일컫는다. 나프타는 국내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중동산 수입 비중이 77%다. 특히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인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온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실상 해협이 봉쇄되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국내까지 나프타 운송 기간이 약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도 수급 정상화는 4월 말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지난 23일 여수산단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멈췄다. LG화학은 나프타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연산 80만톤 규모의 여수 2공장을 멈추고 1공장만 가동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전체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생산 재개 예정일은 5월 29일이다. 이번 가동 중단은 당초 내달 18일 예정됐던 대정비작업 일정을 3주가량 앞당긴 데 따른 것이다. 여천 NCC는 프로필렌전용 공장 가동을 멈추고 NCC가동률을 60%까지 낮췄다.
업계는 4월 중순을 지나면 NCC 가동률이 30~4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3일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27일부터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고시)을 시행한다. 고시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내 생산·보유 나프타 수출은 금지되며, 정부는 필요시 생산·배분 등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정부는 중동전쟁 직후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무역보험을 지원하고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는 등 기업을 지원한다. 또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와 수출 제한 규정으로 전쟁 장기화에 대비에 나선다. 나프타 사업자의 주간 반출비율이 합리적 사유 없이 전년도 전체 기간 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경우, 산업부장관이 조정을 명할 수 있다.
한편, 국제 가격도 급등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시세는 지난 27일 기준 배럴 당 133.7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129.12달러에 비하면 상승한 수치다. '나프타 쇼크'가 산업계 전반을 덥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7일 "전쟁 발생 후 화학제품 스프레드는 급감했다"며 "가격 급등 여파로 전방 수요가 둔화하며, 높아진 원재료 가격이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동률이 낮아진 가운데 높아진 납사 가격이 원가에 반영돼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플라스틱과 포장재 가격 상승은 물론 자동차·전자 등 주요 제조업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나프타는 대한민국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 원료"라며 "정부는 수급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외도입 지원 등을 통해 도입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굿모닝경제 조해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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