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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계핫이슈] 이재용 회장, '3단 논법'으로 삼성전자 노조 압박...총파업...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글로벌 IT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한국 수출과 원화 가치, 증시 흐름, 협력업체 생태계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기업의 총파업 예고는 단순히...

[재계핫이슈] 이재용 회장, '3단 논법'으로 삼성전자 노조 압박...총파업...

21일부터로 예고된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닷새 앞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고객과 국민을 향한 사과였지만, 핵심 메시지는 노조와 임직원을 향해 있었다. 이 회장은 노조를 직접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번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고객과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는 공적 책임론과 “삼성은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논리를 결합시킴으로써 삼성전자 노조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비바람은 제가 맞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책임론을 결합해 노조가 시도하고 있는 ‘힘의 논리’에 끌려가지 않고 글로벌 고객과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감성적 호소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치밀한 3단 논법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삼성전자 내부 갈등은 이미 회사 내부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심려를 주고 있다. 둘째, 삼성전자 구성원은 노조와 사측으로 갈라진 적대적 집단이 아니라 “한 몸 한 가족”인 삼성인이다. 셋째, 따라서 지금은 파업으로 맞설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야 할 때라는 결론이다. 즉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파업 강행이 삼성 공동체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와 글로벌 고객에게 큰 피해를 주는 선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회장은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면서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사과’와 ‘사죄’라는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고객에 대해서는 ‘사과’를, 국민에게는 ‘사죄’를 했다. 이는 우연한 표현이라기보다, 대상별 관계와 책임의 무게를 달리 설정한 의도적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

‘사과’는 거래·신뢰 관계에서 발생한 불편과 불안에 대한 공식적 유감 표명의 의미이다. 글로벌 고객은 삼성전자의 제품과 공급망, 납기 안정성, 품질 신뢰를 기준으로 삼는 이해관계자다. 따라서 총파업 예고로 생산 차질이나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객에게 사과한다”는 표현은 기업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언어이다.

이에 비해 ‘사죄’는 도덕적·공적 책임의 무게가 더 강한 표현이다. 국민은 단순한 거래 상대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한국 대표 기업으로 바라보며 지원하는 공적 이해관계자다. 이 회장이 국민에게 “사죄”라고 한 것은 삼성전자 내부 갈등이 국민경제와 사회적 불안을 키운 것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글로벌 IT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한국 수출과 원화 가치, 증시 흐름, 협력업체 생태계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기업의 총파업 예고는 단순히 한 회사의 생산 차질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고객 입장에서는 납기와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고,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경제의 핵심 축이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 총파업 예고가 노사 간 임금협상 테이블 안에 갇힌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과 국민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확장됐다는 메시지를 ‘사과’와 ‘사죄’라는 두 개의 용어를 통해 예리하게 제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사죄’라는 단어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전략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표현이다. 이 회장은 노조를 향해 파업 철회를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 순간 총파업은 사내 성과급 갈등이 아니라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공적 사안으로 재규정됐다.

따라서 노조를 향한 언어는 달랐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면서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비판도 하지 않았다. ‘삼성 가족’이라는 표현을 통해 노조를 독립된 투쟁 주체가 아니라 삼성 공동체 내부 구성원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대목이 이 회장 발언에 담긴 가장 강력한 압박 지점이다. 노조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윤리를 스스로 깨는 행위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직접적인 노조 비판보다 더 강한 메시지일 수 있다. 공개 비판은 노조의 반발을 키울 수 있지만, 공동체 호소는 파업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준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최근 각 부서장에게 메일을 보내 파업 참여 강요 등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막아줄 것을 당부했다는 사실을 16일 사측이 공개했다.

반도체 부문은 "쟁의행위 참여 여부는 직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쟁의행위 참여 여부에 대한 압박, 갈등 등 피해를 보는 부서원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쟁의행위와 관련 부서원 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가 내부적으로 배포한 ‘쟁의 참여 강요 금지’ 공지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은 한 몸 한 가족’ 발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대외적으로 고객과 국민에게 사과·사죄하고 노조와 임직원에게는 공동체 의식을 호소했다면, 회사 내부에서는 총파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원 간 압박과 갈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방지해야 할 구체적 사례까지 제시됐다.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인 파업 참여 요구, 원치 않는 참여 여부 확인 및 공개, 타인의 근태 무단 조회 등으로 부담을 느끼는 부서원이 있을 경우 즉시 회사에 공유하거나 조직문화 SOS를 통해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내부 공지는 총파업 예고가 단순히 사측과 노조 간 임금협상 갈등에 머물지 않고, 직원 사회 내부의 심리적 부담과 조직문화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가전·스마트폰·TV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은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반도체 사업 성과급 투쟁에만 집중하고 DX부문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DX부문 조합원 수천 명이 초기업노조를 탈퇴하고 있으며, 일부는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S 조합원들이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을 넣는 데 맞서 DX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DS 파업반대’를 프로필에 넣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이 왜 “삼성은 한 몸 한 가족”이라고 말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총파업이 사측을 향한 압박 수단에 그치지 않고 DS와 DX, 파업 찬성 직원과 반대 직원 사이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면, 노조의 투쟁 명분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회사의 내부 공지는 파업권 자체를 부정하는 형식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와 “상호 존중”을 앞세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분명하다. 노조의 총파업 동원 전략이 직원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경우 그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론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은 ‘3단 논법’을 통해 총파업을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공적 사안으로 끌어올렸고, 회사 측은 내부 공지를 통해 노조의 총파업 전략이 구성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할 경우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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