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수출국 베트남, ‘단순 생산’ 넘어 신성장 동력 거점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베트남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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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인도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미래 먹거리 세일즈에 박차를 가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인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해 현지 사업 점유율 확대와 신사업 기회 포착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베트남은 2025년 말 기준 한국 전체 수출액의 8.85%를 차지하는 3대 수출국이다. 지난 2015년 한·베 자유무역협정(VKFTA) 발효 당시 278억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10년 만에 628억달러로 126% 성장했다.
4대 그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단순 생산 기지였던 베트남을 R&D와 친환경 인프라 거점으로 격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우선 이재용 회장은 현지 생산 법인과 삼성 R&D 센터를 방문해 '삼성 혁신 캠퍼스'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 추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베트남 경제사절단 단장 역할을 수행하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주관한다. 또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Vingroup) 등과 탄소 감축 및 친환경 에너지(LNG, 수소) 분야의 협력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조립 생산(CKD) 체계 및 전기차 판매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하이퐁에 위치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생산 클러스터를 점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있어 베트남은 수출 전진 기지다. 베트남 내 주요 생산 법인인 SEV(박닌)와 SEVT(타이응우옌)는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은 하노이에 위치한 R&D 센터를 통해 현지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충하는 등 ‘AI 기술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의 AI 인프라와 베트남의 고도화된 제조 공정을 연결하는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전략을 실행해 나갈 전망이다.
SK그룹은 마산그룹(Masan Group)과 빈그룹(Vingroup) 등 현지 대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에너지, ICT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주사 SK는 부채비율을 낮추며 확보한 재무 여력을 베트남 내 수소 및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투자 수익을 넘어 동남아 현지의 에너지 인프라 주도권을 선점해 질적 생존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는 현지 합작법인 HTMV(현대 탄콩 제조 베트남)를 통해 도요타와 점유율 1위를 다투며 현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충전도어 빙결방지 구조’ 등 현지 기후 특성을 반영한 특화 기술을 양산차에 대거 적용해 일본계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LG전자는 하이퐁 생산 법인(LGEVH)을 중심으로 가전, 전장 부품, 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 클러스터를 가동 중이다. 특히 2025년 신설된 ES(에코솔루션) 사업본부는 베트남의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및 칠러(Chiller)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단순 가전 생산을 넘어 B2B 솔루션의 동남아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를 위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거점으로 격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이제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단순 조립 기지가 아니라 AI와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전략적 요충지로 진화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질적 성장을 담보할 베트남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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