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신화 넘어 공급망 위기 돌파까지…그룹 실무·미래사업 밑그림
SDV 전환부터 수소·로보틱스 비전 '전략가'…살림꾼에서 혁신 주역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4년 12월 12일(현지시간) 그룹의 대표 혁신 거점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정의선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시계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정의선 시대의 '첫 번째 부회장'이자, 그룹의 살림과 미래 설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장재훈 부회장이 있다.
차량 판매와 조직관리를 두루 거친 경력으로 시작해, 이제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체질을 개선하는 현대차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 중이다.
◇ '기획 운영 전문가'의 반전…현장 꿰뚫은 실무형 리더십
장재훈 부회장은 삼성을 거쳐 2011년 2월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상무)으로 영입되며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후 인사, 기획, 영업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엔지니어가 아니라 마케팅과 기획 전문가로 한미일 주요 기업을 모두 경험한 특별한 경력을 갖췄다.
그가 202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보여준 행보는 '전통적인 자동차맨'의 틀을 깨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 성과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안착이다. 장 부회장은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브랜드 독립성을 강화하고 라인업을 확장해, 제네시스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과 반도체 공급망 위기 속에서 그의 실무형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장 부회장은 직접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을 찾아가 물량을 확보하는 등 유연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현대차가 공장 셧다운을 최소화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기틀을 닦았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2024년 말 인사에서 정 회장 체제 출범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부회장직의 첫 주인공이 됐다.
◇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SDV 전환의 키맨
부회장 승진 후 장 부회장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대전환이다.
그는 자동차의 가치가 하드웨어 성능보다 소프트웨어 경험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견하고, 그룹 전체의 R&D 역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 자체를 '테크 기업'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SDV 가속화를 위해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통합하고, 유연한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등 현대차를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의로 블라인드 등 외부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나 억측이 돌았을 때, 장 부회장은 조직 내 혼란을 직접 수습하고 나섰다.
장 부회장은 12일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포티투닷 임직원에게 서한을 발송하고 SDV 전환이 그룹 생존과 직결된 목표임을 재확인하며 핵심 프로젝트 중단론을 일축했다.
그는 서한에서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XP2와 XV1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조직 간 협업을 넘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 진정한 원팀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협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살림꾼에서 혁신의 주역으로 거듭난 장 부회장의 리더십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 수소와 로보틱스, 미래 영토의 '글로벌 코디네이터'
장 부회장의 역할은 현재의 완성차 제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수소와 로보틱스를 축으로 하는 그룹의 미래 영토를 설계하는 '글로벌 코디네이터(Global Coordinator)'로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소 에너지에 대한 그의 집념은 남다르다. 현대차의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인 'HTWO'를 앞세워 수소의 생산, 저장, 운반, 활용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CES 등 글로벌 무대에서 발표한 수소 비전은 장 부회장이 그린 현대차그룹의 10년 뒤 청사진이 구체화된 결과물이다.
여기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 기술을 모빌리티와 결합해 인류의 이동 자유를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그의 손끝에서 다듬어지고 있다.
◇ 인도 IPO 대박과 미국 메타플랜트…글로벌 영토 확장
최근 장 부회장이 보여준 가장 가시적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토 확장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을 기록한 것은, 그가 글로벌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현대차의 가치를 증명해낸 상징적 사건이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성공적인 가동을 통해 북미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변하는 미-중 간 패권 경쟁과 트럼프발 불확실성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도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 기반을 구축하며 현대차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개인적 흉금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그룹의 '실무 1인자'이자 '미래 설계자'로 자리매김한 장재훈 부회장. 그가 이끄는 현대차의 리밸런싱과 미래 전략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떤 '묘수'로 작동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수소 관련 글로벌 CEO 주도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인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2025년 12월 2일부터 4일까지 개최된 '수소위원회 CEO Summit'에서 글로벌 수소 산업 리더십 강화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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