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소란하다. 야수가 난을 일으켜 나라를 한동안 혼란에 빠뜨렸다. 수렁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더 큰 맹수들이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 기억이 희미하다. 잊고 있을 즈음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과 전쟁이다. 중동 전 지역으로 확산할 기미다.
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 전쟁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여러 명분을 대지만 결국은 돈이다.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돈은 마귀가 맞다. 못다 핀 생명들이 스러져갔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워버렸다. 가장 큰 피해자는 힘없는 민간인이다. 취약계층이다. 인류와 시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문명이 파괴된다. 피폭된 원유저장소는 하늘에 불기둥과 먼지구름으로 뒤덮인다. 검은 기름 막이 바다의 숨을 옥죄어 온다. 생채기 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영화나 비디오게임처럼 중계되는 전쟁 영상은 끔찍한 참상 진저리나는 공포 그 자체다. 문제는 그것이 문제라는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로 치른다고 한다. 전략과 전술을 인공지능이 세운다. 드론과 미사일, 폭탄, 기뢰 등 무기들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무자비하다. 잘못된 정보는 오폭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야기한다. 인간사회를 이롭게 하자고 창조한 기술이 생명과 문명을 파괴한다. 오용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기적인 인간 욕심 때문인가? 그 총합으로 국가는 이루어지는가? 권력을 가진 위정자의 문제지 선량한 개인은 다르다. 클로드라는 인공지능프로그램을 만든 앤트로픽이라는 회사의 CEO가 전쟁에 이용하지 말라는 데서 드러난다. 신이나 돈에 기대지 말 일이다. 이성과 도덕 감정이 버무려진 HW(인간 간 지혜, Human Wisdom)로 극복해야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이 도덕적이며 이성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방편일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한다.
호불호(好不好)는 취향(趣向)이다. 시비(是非)는 이성(理性)이다. 취향은 정서(情緖)이고 이성은 정의(正義)다. 누군가는 여행을 선호한다. 다른 이는 패션이 최고선이다. 어떤 이는 맛있는 음식이 버킷리스트다. 사람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 다르다. 그것은 개인의 차원이다. 하지만 정의의 문제는 모두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사회적 당면 명제다. 인간은 때론 부도덕하고 악행을 저지르곤 한다. 내재한 감정과 이성의 투쟁이다. 선호의 취향이 정의를 강화할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 거대한 조직의 욕심에 맞선 작은 개인의 이성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꿈같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을 믿는다. 그 꿈을 키우는 교육이 여행이다.
바닷길과 하늘길이 막혔다. 마음 편히 길을 나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여행의 여러 선한 기능을 펼쳐본다. 먼저 여행은 기분이 좋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주는 기쁨이 있다. 여행은 자유롭다.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봄바람 같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한 거리의 친절함을 만날 수 있다. 먼저 하세요, 먼저 가세요. 배려와 선의가 풍요롭다. 낯선 사람과 교유할 수 있다. 인종, 종교, 부와 명예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구가 된다. 물론 어디에나 악인은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아버지뻘 어르신과 친구가 됐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데 아들 녀석이 시드니에 갔을 때 보살펴주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여행은 호기심을 충족, 해소하고 다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지표면과 인종, 문화의 다양함을 체득한다. 하여 또 따른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가 궁금해진다. 여행은 깨달음의 시간이다. 거대한 자연과 우주 안에서 인간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그런 인간이 창조한 문명은 또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는다.
걷기 여행은 비우고 버리는 시간이다. 켜켜이 쌓인 정신과 감정의 더께를 닦고 버리고 비우다 마침내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침묵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치유의 여행이다. 여행은 배움이다. 무지에서 깨어나게 한다. 대상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한다. 고산지대에서 숨이 차고 고산병에 시달려보면 산악인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산소의 귀함을 깨닫듯이 자유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여행은 평화를 사랑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들, 가꿔온 문화유산, 지켜야 할 자연환경이 죽거나 파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인다.
여행은 최고의 투자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통해 이 모든 장점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성장한다. 최소한 타인에게 폐 끼치는 인간으로 자라진 않는다. 최고는 인류와 지구를 위해 이바지할 동량으로 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여행은 스위트홈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어쨌든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듯 힘들다. 돌아가 안식할 곳이 있다는 기대만으로 위안과 안식을 준다. 가족의 화목과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준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보았다는 기억만으로 우리가 된다. 두고두고 할 얘기가 끝없는 실타래다. 하여 성장한 자식들이 수입이 생겨 매달 회비를 모은다. 그리고 얘깃거리를 찾아 또 길을 나선다. 여행은 이처럼 효능감이 좋다. 여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지혜를 길러야 한다. 여행으로 탐욕을 벗겨내는 일이 헛된 꿈인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잠깐 소요하는 지구별의 여행자다. 다음 여행자를 위해 소중히 아껴 써야 한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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