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김수현(왼쪽)·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지난해 7월16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통계조작 의혹 사건’ 피고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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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린 | 전국팀 기자
이건 사실 반성문이다. 지난해 6월 1년 만에 다시 재판에 들어가 볼 때까지 ‘통계조작 의혹 사건’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날 재판에서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 같다’는 제보성 언질에 대전지법으로 향할 때도 귀찮음 반, 의심 반이었다. ‘다른 일도 많은데’, ‘어차피 전 정권 권력자들이 얽힌 정치 사건’이란 생각이 없지 않았다. 대전지검이 2024년 3월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때도 브리핑을 본 뒤 ‘기소 스트레이트’를 썼고, 2024년 5월에도 ‘첫 재판 기사’를 썼으니 이미 면피는 했다는 마음도 있었다. 이미 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판에서 본 것은 충격적이었다. 감사원이 관계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비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감사를 했는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멋대로 감사 기간을 늘려 지방 사는 공무원들을 수십차례 서울로 불러 조사한 기록도,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새벽까지 묻고 또 물었던 정황도 ‘검찰 증거’ 속에 남아 있었다. 감사원의 ‘무데뽀’식 감사 방식에도 놀랐지만, 그런 정황이 피고인도 아닌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서 확인된다는 것도 황당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틀린 공소장 내용 역시 검찰 스스로 제출해놓은 수만장 증거 속에서 ‘파묘’됐다. 처음엔 재판에서 ‘언론 보도의 부적절성’까지 언급하며 발끈하던 검찰은 재판정에서 점점 말이 없어졌다. 검찰의 증거로 검찰 자신이 맥없이 얻어맞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법정 안 사람들은 각자 역할과 상관없이 깊은 ‘무기력함’과 ‘지겨움’의 정서를 함께 경험하는 듯했다. 시작된 재판을 되돌릴 길은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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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겁 없이 막무가내라니….’
모두가 목격한 2024년 12월3일 밤의 그 ‘기묘함’은 귀신처럼 지금도 대전지법 230호 법정 위를 떠돌고 있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사이 ‘중간책’으로 지목돼 기소된 하동수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은 2023년 9월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한 직후 직위해제됐다. 급여 80%가 깎인 상태에서 변호사 비용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4년째 견디고 있다. 지난 8월 감사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후속조치 티에프(TF)’가 “통계조작 의혹 감사 과정에서 강압 조사와 진술 조작 등을 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1심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기약이 없다.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면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청와대 등에서 일한 십수명 관련자의 증인 신문이 필요한데, 아직 삼분의 일도 진행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1심이 끝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계엄은 실패했고, 독재를 꿈꾼 자는 탄핵당했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하 비서관을 비롯한 이 사건 피고인들의 현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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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법원에서 내가 관찰한 건 특정 사건의 내용만은 아니었다. 대전지법 230호는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과 검찰이 어떻게,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었는지를 목격하는 르포 현장이기도 했다. 그 공간에 앉아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그 시절,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70·80년대로 날아가 어느 ‘이상하고 엄혹한 법정’을 취재하는 것처럼….
내가 ‘통계조작 의혹 사건’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여전히 모른다’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 대상 12건 중 대부분도 ‘모르는 사건’이다. 특검에 포함된 이재명 대통령 기소 사건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사건을 취재한 기자가 아니고, 해당 재판정에도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더욱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 ‘통계조작 의혹 사건’도 여전히 ‘잘 안다’고 확신하긴 힘들다. 이 사건 재판의 목적이 당시 감사원과 검찰이 무슨 일을 했는지 따져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감사원과 검찰의 행위가 실제 그 사건의 기소와 재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더라도 말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여전히 모른 채로 시간은 흐르고 있다. 지금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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