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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치시대] 의회를 의회답게, 절차의 시간

석 달 전 이 자리에서 지방의회법은 경기도의회가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적었다. 추상의 언어가 아니라 조문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경기도의회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지방의회법’ 입법모델의 윤곽을 다듬고 있다.

[자치시대] 의회를 의회답게, 절차의 시간

석 달 전 이 자리에서 지방의회법은 경기도의회가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적었다. 추상의 언어가 아니라 조문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경기도의회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지방의회법’ 입법모델의 윤곽을 다듬고 있다. 본문, 신구조문대비표, 입법화 추진방안까지 묶어내는 정밀 작업이다.

22대 국회에는 지방의회법안 다섯 건이 잠들어 있다. 이해식·강득구·장경태·이광희·신동욱 의원의 발의안은 저마다 자치의 한 단면을 다루었으나, 어느 안도 의회 독립성을 절차의 언어로 묶어내지는 못했다. 선언은 있되 절차가 없고, 권한은 있되 강제가 없었다. 본질은 단순하다. 자치란 선언이 아니라 절차다. 절차가 없는 권한은 권한이 아니다.

지방의회법이 채워야 할 빈자리는 결국 절차의 자리다. 그 골격은 세 기둥으로 모인다. 인사·재정·감사. 의회를 의회답게 만드는 세 권한이다.

첫째 기둥은 인사다. 사무처 정원을 누가 정하는가의 문제다. 지방의회법의 사무처 조항은 의장에게 정원에 관한 능동적 의견제시권을 보장하고, 단체장은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정해진 객관적 기준 위반 같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 2012헌바216 결정이 의장 추천권의 적극적·실질적 발휘를 합헌성의 조건으로 제시한 지 13년이 지났다. 이제는 그 결정의 다음 장(章)을 써야 한다.

둘째 기둥은 재정이다. 의회 예산은 독립적으로 계상되어야 하고, 단체장이 의회 세출예산요구액을 감액하려면 의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협의가 무산될 때에는 감액 사유와 의장의 의견서가 예산안에 명시되어 의회에 함께 제출되어야 한다. ‘국회법’ 제23조의 국회 예산 독립 계상 구조가 그 모델이다. 의회가 자기 살림조차 가지지 못한 채로는 어떤 견제도 형식이다.

셋째 기둥은 감사다. 의장의 자체감사권이 명시되고,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도구가 함께 새겨져야 한다. 출석·자료제출 요구권, 정당한 사유 없는 불응에 대한 과태료, 거짓증언자 고발권이 그것이다. 광역의회의 경우 합의제 감사기구를 둘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영국 의회의 Scrutiny Committee가 참고가 된다. 감사는 권한의 화룡점정이다. 점검할 수 없는 권력은 견제할 수 없는 권력이다.

세 기둥 곁에는 작지만 무거운 한 줄이 더 필요하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조항이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차등은 이제 폐지될 때다. 그동안 광역은 의원 정수, 기초는 그 4분의 3 범위로 정원이 묶여 있었다. 인구 100만 명을 넘는 특례시의 의회와 작은 군 단위 의회를 의회의 종류만으로 가르는 것은 합리성이 약하다. 경기도의회조차 정책지원관 78명으로 의원 156명을 한 명당 두 명 꼴로 보좌하는 처지다. 의원 1인 1명 보좌에 근접하는 정원이 모두에게 열려야 한다. 자치의 출발은 사람이다. 사람을 차등하는 자치는 없다.

이 골격은 추상이 아니라 조문에 가깝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비교법으로 정당성을 다질 수 있고, 절차 사항을 ‘지방자치법’ 인용 방식으로 묶으면 상위법 개정 시 자동으로 정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경기도의회는 의원 156명, 사무처 정원 379명, 본예산 40조 원 규모의 전국 최대 광역의회다. 경기도의회의 입법모델이 다른 광역·기초의회가 자기 규모에 맞춰 가져다 쓸 수 있는 표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34년이 흘렀다. 그동안 의회는 집행부의 그늘에서 자라났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이 지방자치단체에 자치권을 부여한 이래, 그 자치권의 절반은 의회의 것이었다. 절반을 받지 못한 의회가 절반의 자치만 해 온 셈이다. 이제 그 그늘 밖으로 걸어 나올 시간이다. 22대 국회에 잠든 다섯 건의 발의안이 깨어나야 한다. 경기도의회가 다듬고 있는 청사진은 그 잠을 깨우는 알람이 될 것이다. 조문은 추상의 끝이자 입법의 시작이다. 경기도의회가 먼저 그리고 있으니, 이제 국회가 받아 적을 차례다.

이진수 아이앤아이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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