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운영 결합한 레벨4 공동개발...기술 경쟁→사업화 경쟁 전환
글로벌 300조 시장 눈앞...국내 기업도 ‘수출·실증’ 단계 진입
HL클레무브 이윤행 사장(오른쪽)과 에이투지 한지형 사장(왼쪽)이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경쟁 국면을 지나 ‘사업화 경쟁’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센서·알고리즘 중심의 개발 경쟁에서 벗어나, 실제 도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흐름이다. HL클레무브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A2Z)의 협력 역시 이 같은 구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HL클레무브와 A2Z는 지난 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레벨4 자율주행 공동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양사는 인지센서·고성능제어기(HPC)·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운영 데이터를 결합해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특히 카메라·레이더 등 입력부터 경로 판단과 제어까지 AI가 통합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2E) 기술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이번 협력의 의미는 단순하다. ‘기술 결합’이 아니라 ‘데이터 결합’이다. 자율주행 경쟁의 기준이 알고리즘 완성도에서 실제 주행 데이터와 운영 규모로 이동하면서, 개별 기술만으로는 상용화 단계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월 Mordor Inteligence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6년 약 2200억 달러(약 3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동시에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 역시 2025년 58억달러에서 2026년 76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하며 초기 수익화 국면에 들어섰다. 산업이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시장 검증’ 단계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2025년 글로벌 자율주행차의 자동화 수준별 시장 점유율. [사진 = Mordor Inteligence]
문제는 데이터 격차다.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은 연간 수억km 단위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웨이모의 경우 수천 대 차량을 기반으로 상업 운행을 이어가며 주간 수십만 건의 유료 서비스를 수행 중이다. 데이터 규모 자체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A2Z는 2019년 이후 누적 97만km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했고, 전국 14개 시범운행지구에서 81대의 셔틀을 운영 중이다. 절대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실제 도로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라는 점에서 사업화 전환의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이 데이터가 해외로 확장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A2Z는 올해 자율주행 기술 수출 승인을 받아 UAE에 레벨4 차량을 투입했다. 자율주행이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상황에서 해외 실증·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HL클레무브의 전략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기존 레벨2+ 중심 ADAS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레벨4 로보택시 영역으로 확장하며, 부품 공급업체에서 시스템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센서와 제어기, 소프트웨어를 묶은 통합 플랫폼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결국 이번 협력은 산업 구조 변화의 축소판이다. 개별 기술 경쟁을 넘어 데이터·운영·사업화를 연결하는 ‘풀스택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의 승부처가 기술 완성도가 아니라 데이터 축적 속도와 수익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윤행 HL클레무브 사장은 “레벨 2+ 중심 사업을 레벨4 로보택시 분야로 넓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