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논의에 코스피 소각 규모 271% 급증… ‘현금 대신 주식 줄이기’ 선택
-SK하이닉스·삼전 보유 자사주 80% 이상 소각… 주주환원 방식 구조적 전환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법제화되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주주환원 방식이 ‘배당 중심’에서 ‘자사주 소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가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 99곳이 총 36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업 수는 86%, 소각 금액은 271% 급증한 수치다.
이 흐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25년 자사주를 소각한 코스피 상장사는 134개사로 2024년(75개사) 대비 78% 늘었고, 소각 규모도 13조4000억원에서 20조3000억원으로 51% 확대됐다. 시장은 제도 도입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선반영’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변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배당보다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주당가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인 자사주 소각을 선택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대기업의 움직임은 분명하다. SK하이닉스는 12조2000억원, 삼성전자는 5조3000억원, 셀트리온은 1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각각 소각했다. SK도 내년 1월까지 4조8000억원 규모 소각을 예고했다.
보유 자사주 대비 소각 비중은 더 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90.3%, 삼성전자는 82.4%, 셀트리온은 73.7%, SK는 81.7%에 달한다. 자사주를 ‘보유 자산’에서 ‘즉시 환원 수단’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닥 시장도 같은 흐름이다. 2025년 코스닥 상장사 152개사가 1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해 전년 대비 기업 수는 117%, 금액은 100% 증가했다. 2026년 1분기에도 93개사가 7000억원 규모를 소각하며 각각 190%, 250% 급증했다.
이 변화의 본질은 ‘제도 변화’가 아니라 ‘시장 인식의 전환’에 있다. 과거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또는 향후 활용을 위한 ‘저장 자산’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즉시 소각을 통해 주당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주환원 도구’로 기능이 바뀌고 있다.
안 의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사주를 소수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일반주주에게 돌려주는 제도”라며 “본격 시행 전부터 시장이 반응해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과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해 이러한 변화가 시장 관행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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