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국 첫 마련 불구 구조적 한계
후속 절차 늦어져 지자체 중심
정보 미공유땐 道 개입 불가능
여주 사망사고 전혀 작동 못해
지난 5일 라오스 국적 여성 A(38)씨가 계절노동자 비자로 입국해 이튿날부터 여주시 세종대왕면 한 농가에서 일했던 현장. /사진제공=전국이주노동인권단체
경기도가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을 지원하는 전국 첫 조례를 마련했지만, 최근 발생한 여주 외국인 계절노동자 사망사고에서 관련 조례가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회는 지난 6월 9일 '경기도 산업재해사망 외국인노동자 유가족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
해당 조례는 산재로 숨진 이주노동자 유족에게 ▲입국 및 체류 ▲장례 및 시신 송환 ▲통역 및 행정절차 ▲법률상담과 권리구제 정보 ▲산재 처리 및 보상 절차 등을 종합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군 등 관계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세부 지원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담겼다. 그러나 조례 제정 불과 두 달여 만에 발생한 여주 사망사고에서 도의 역할은 전무했다.
앞서 라오스 국적 여성 A(38)씨는 계절노동 비자로 입국해 지난 6일부터 여주시 세종대왕면의 한 농가에서 일을 시작했다. A씨는 이튿날인 7일 오후 1시 40분쯤 밭 일을 하다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한 뒤 자취를 감췄고, 약 28시간 만에 작업장에서 200여m 떨어진 수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여주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A씨 실종 무렵 기온은 36.5도에 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이 없다는 1차 소견을 냈으며, 경찰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도는 A씨가 조례상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직접적인 유족 지원에 나서지 못했다. 조례 제정 이후 기본계획 수립과 세부 지침 마련 등 후속 절차가 늦어진 데다, 현재 유족 지원이 여주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 남편은 지난 12일 입국해 시신 확인과 경찰 조사, 사고 현장 방문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는 송출업체 관계자와 법률대리인 등만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와 경기도 모두 유족과의 접촉에 실패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도를 통해 유족의 입국 경로 등을 확인하려 했으나 정보를 얻지 못했고, 도 이민사회국 역시 여주시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아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계절노동자 제도가 법무부와 기초지자체(시·군)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도가 조례를 갖췄더라도 기초지자체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처리하면 도 차원의 개입이나 지원 절차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이주평등연대 관계자는 “조례가 제정됐고 이번 사고 역시 명백한 지원 대상이지만,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계절근로제가 법무부와 시·군 중심으로 운영되더라도, 산재 사고 발생 시 도가 즉각 정보를 공유받고 유족 지원에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한과 협력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 관계자는 “계절근로제 특성상 여주시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조례 제정 이후 기본계획 등 후속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초기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 앞으로 시·군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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