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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임종건 칼럼] 암살작전만으론 안 된다

두 기관의 정보 분석과 처리능력은 AI 기술로 인해 과거에 비할 수 없이 신속 정확해졌다. 이란 정부 안에 공작원이 침투하지 않았으면 수행하기 어려운 작전들도 척척 해내고 있다. 하메네이 암살은 물론 영빈관 숙소에서...

[임종건 칼럼] 암살작전만으론 안 된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기습공격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일가족 등 정부 및 혁명수비대(IRGC) 지도자 40여 명이 폭사한 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의 요인 암살 작전이 하루가 멀다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정권교체 차원의 작전으로 이란이 항복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이다.

이란 요인 암삼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사진 연합뉴스

3월 17일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와 민병대 총사령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가 테헤란의 은신처에서 공습으로 폭사했고, 18일엔 공보장관 이스마일 하티브, 20일에는 “IRGC 대변인이자 대외홍보 책임자인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와 민병대 사령관을 포함한 여러 명이 죽었다"고 이란 TV가 밝혔다.

이란은 사망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태다. 장례식에 고관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그곳이 떼죽음의 현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선출된 그의 아들 모지타바는 국영TV서 최고지도자 선출 후 두 차례 성명을 냈으나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아나운서 대독의 성명이었다. 그로 인해 심각한 부상설, 러시아로 피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에 죽었다는 설까지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상황에서 그가 언행을 신중히 하는 것은 암살 회피를 위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계속 은둔 상태로 머물게 될 경우, 그의 통치력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요인에 대한 암살작전이 본격화한 것은 2020년 미군이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에서 드론으로 암살한 이후부터다. 2024년 테헤란에서 열린 페제스키안 대통령 당선축하연 때는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예를 묵고 있던 이란 영빈관에서 기폭장치 폭발로 암살했다. 작년 6월 이스라엘 이란 간의 12일 전쟁 때도 이란군 장성들이 여럿 폭사했다.

이제까지 세계 전쟁사에서 적의 지휘부 암살을 목표로 한 전쟁은 없었다. 지휘부의 처단은 적의 영토를 점령한 뒤 항복을 받아내고 적법절차에 따라 행해진 것이 통상적이었다. 이란전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휘부 암살 위주의 전쟁 양상은 첨단 무기와 첨단 정보수집 기술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만이 가능한 적전이다. 중동에서는 특히 모사드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수집정보(시긴트)에는 CIA가 최고 수준이라지만 인적 수집정보(휴민트)의 경우 모사드를 능가할 나라는 없다.

두 기관의 정보 분석과 처리능력은 AI 기술로 인해 과거에 비할 수 없이 신속 정확해졌다. 이란 정부 안에 공작원이 침투하지 않았으면 수행하기 어려운 작전들도 척척 해내고 있다. 하메네이 암살은 물론 영빈관 숙소에서 기폭장치 폭발로 죽은 하니예와 딸 집에 은신 중 폭사한 라리자니의 경우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이에 비할 때 이란의 정보전 수준은 원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군인 민간인 수천 명의 인명과 엄청난 재산 피해를 당하면서도 이스라엘 군 장성 한 명도 암살하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 공관 근처에 미사일 한 방 날리지 못했다. 그런 정보력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군의 인명 피해는 이란의 걸프국 미군기지에 대한 폭격으로 군인 6명, 급유기 충돌로 6명 등 12명 사망이 고작이다. 이란의 군사기지, 핵기지 수천 곳이 공습으로 파괴되고 있지만 이란에 의해 격추된 전투기는 하나도 없다. 개전 초기에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방공망이 대거 파괴된 탓이라고 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자국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수단“이라며 ”이 공세는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지속적으로 이란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치 구조가 특정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개인의 존재 여부는 이 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 공허한 말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전쟁이 휴전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이다. 개전 초기의 충격요법으로, 또는 보조적 전술적 수단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역효과의 위험이 크다. 지도부가 제거돼도 후계체제가 작동해 더 강경한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의 봉기를 유도하기보다 이란 국민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잔혹성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

이란이 하메네이의 아들 모지타바를 후계자로 선출한 것은 그가 원한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에서 잘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버지와 일가족이 몰살 당한 모지타바의 입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복수를 다짐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요인 암살 작전을 중단하고, 이란 안에서 대화 상대를 찾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적에 대해선 잔혹무비한 복수를 자랑으로 삼는 나라다. 평화 대신 암살작전의 동의어인 정권교체를 앞세운다. 미국이 휴전을 원한다면 먼저 이스라엘의 정권교채 작전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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