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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상 속 디자인 기행] AI 구매대리인의 등장...‘소비자가 좋아할까?’에서 ‘AI가 추천’하도록 진화해야

이제 브랜드는 사람보다 AI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이 제품 중 가장 가성비 좋은 것을 추천해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는 검색창에 브랜드 이름을 입력했다. 광고를 보고, 블로그를 읽고, 유튜브 리뷰를 비교하며 최종 구매를 결정했다.

검색창 대신 AI 이용하는 소비자

브랜드는 이제 AI 안에서 경쟁

쇼핑 플랫폼 네이버·올리브영

AI로 정보 요약 제시·제품 추천

과거 유명 모델의 이미지와 감성적 광고에 의존하던 화장품 소비 행태가, 최근 개인의 피부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여 최적의 제품을 추천하는 AI 플랫폼 기반의 합리적 개인화 소비로 변화했다. 삽화는 거대 모델 광고판에 이끌리는 과거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성분과 후기 등 객관적 정보를 확인하며 쇼핑하는 현재를 대비시켜 화장품 소비 트렌드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생성형 AI 생성 이미지.

이제 브랜드는 사람보다 AI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이 제품 중 가장 가성비 좋은 것을 추천해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는 검색창에 브랜드 이름을 입력했다. 광고를 보고, 블로그를 읽고, 유튜브 리뷰를 비교하며 최종 구매를 결정했다. 마케터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를 만들었고,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패키지를 고민했다. 브랜딩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비교하지 않는다. AI가 대신 비교한다. 사람은 질문만 던진다. “30만 원 이하에서 가장 성능 좋은 무선청소기 추천해줘”, “우리 가족에게 가장 적합한 자동차를 골라줘”, “비타민은 어떤 제품이 가장 안전해?” 그 순간 수백 개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눈앞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계산 속에서 경쟁한다. 브랜드의 경쟁 무대가 사람의 감정에서 AI의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증·원산지·평점·반품률…

좋은 광고보다 좋은 데이터 필수

브랜드 첫 고객 ‘인간 아닌 AI’

정보 설계하는 디자이너 돼야

마케팅의 역사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역사였다. 빨간색은 식욕을 자극했고, 프리미엄 이미지는 검은색에서 시작됐다. 고급스러운 패키지, 감성적인 광고, 유명 연예인의 모델 기용은 모두 소비자의 감정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AI는 감동하지 않는다. AI는 광고를 보지 않는다. 브랜드의 역사에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멋진 영상미에도 설레지 않는다. AI는 오직 비교한다. 가격, 성능, 후기, 반품률, 인증, 안전성, 유지비, A/S 만족도, 신뢰도 등 인간이 감정으로 구매하던 시대에서 데이터로 구매하는 시대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감성만 남은 브랜드다. 스토리는 있지만 객관적 데이터가 부족한 브랜드, 디자인은 세련됐지만 정보가 불명확한 브랜드, 화려한 광고는 있지만 실제 사용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브랜드는 AI의 추천 목록에서 점점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가 사람의 기억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어도 AI의 추천에서는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는 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 쇼핑은 AI 추천과 리뷰 요약 기능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비교 과정을 크게 줄이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수백 개의 리뷰를 직접 읽었다. 이제는 AI가 리뷰를 분석해 핵심 장점과 단점을 먼저 보여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모든 정보를 읽지 않는다. AI가 읽어준 정보를 믿는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순히 좋은 리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AI 응답 최적화(AEO)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이유다.

또 다른 사례는 올리브영이다. 과거 화장품은 모델의 이미지와 감성적인 광고가 판매를 좌우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는 AI와 플랫폼 추천을 통해 자신의 피부 타입과 고민에 맞는 제품을 먼저 찾는다. 성분,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사용 후기, 피부 타입별 만족도 같은 구조화된 정보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 아무리 아름다운 패키지를 만들어도 성분 정보가 부족하거나 사용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으면 추천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 예쁜 디자인보다 ‘설명 가능한 브랜드’가 살아남는 시대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앞으로 시작된다. AI는 단순한 추천 시스템을 넘어 ‘구매대리인’이 된다.

사용자의 예산을 알고, 취향을 기억하고, 과거 구매 이력을 학습하며, 재구매 시점까지 예측한다. 사람은 “알아서 사줘”라는 한마디만 남기게 될 것이다. 브랜드는 더 이상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지 못한다. 중간에 AI라는 새로운 고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은 사람이 아니라 AI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화는 디자인 산업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디자인은 오랫동안 ‘보여주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AI는 디자인을 감상하지 않는다. AI는 디자인 뒤에 숨은 정보를 읽는다. 브랜드 철학이 무엇인지, 친환경 인증은 있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리뷰 평점은 어떤지, 반품률은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가 일관적인지를 분석한다. 브랜드 디자인의 중심축이 시각적 완성도에서 정보 구조와 신뢰 구조로 이동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이제 예쁜 로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은 아직도 “좋은 광고를 만들면 팔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좋은 광고보다 좋은 데이터가 더 많은 매출을 만든다. 좋은 슬로건보다 정확한 제품 정보가, 화려한 영상보다 축적된 리뷰가, 감동적인 브랜드 스토리보다 일관된 신뢰 데이터가 AI의 선택을 받는다.

브랜드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전에 AI를 납득시켜야 한다. AI가 추천하지 않는 브랜드는 존재하지만,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소비자가 사라지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를 대신해 판단하는 새로운 고객이 등장한 것이다.

브랜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쉽게 AI에게 이해되고, 비교되고, 신뢰받을 수 있느냐다. 브랜딩의 대상이 인간에서 AI로 확장되는 순간, 디자인과 마케팅의 정의 역시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이제 브랜드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사람이 우리를 좋아할까?”가 아니라 “AI는 우리를 추천할까?”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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