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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본은 체구 작아도 빠른 공…한국 투수들, 힘부터 키워라

더 많은 경기에서 이닝을 소화하는 게 좋다.” 이 대통령 SNS 메시지, AI 장난인 줄 알아 Q : 여섯 살 아들... “AI로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사실인 걸 알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많은 분이...

일본은 체구 작아도 빠른 공…한국 투수들, 힘부터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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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서 ‘42세 베테랑 투혼’ 보여준 투수 노경은

베테랑 노경은은 여전히 힘 있고 빠른 공을 던진다. 김정훈 기자

2026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은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경우의 수’를 뚫고 2라운드(8강)에 올라 찬사를 받았지만, 곧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해 ‘우물 안 개구리’란 평도 받았다. 순간의 반전이었다.

WBC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축구의 월드컵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꿈꾸며 꾸린 대회로 2006년이 첫 대회였다. 초대 대회 4강에 오른 한국은 3년 뒤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세 대회(2013·2017·2023)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KBO리그는 인기를 누렸지만 대표팀 경쟁력은 떨어지자 “한국 야구가 국제화에 뒤처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26 WBC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체코를 상대로 11-4 대승을 거뒀으나 일본(6-8패)과 대만(4-5패)에 연이어 패배했다. 호주전에선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이란 조건을 걸고 싸워야 했다.

소토 등 수퍼스타들도 최선…멋있다 생각

선발투수 손주영(LG 트윈스)이 1회를 마치고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그때 나선 선수가 대표팀 최고참 투수 노경은(42·SSG 랜더스)이다. 2회와 3회,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 7-2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2024년 MLB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트래비스 바자나(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승부가 백미였다. 3볼 노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세 가지 구종(빠른 공, 커브, 체인지업)을 연이어 던져 삼진을 잡았다.

8강행을 이끈 노경은을 만나 롤러코스터 같았던 WBC에서 소회를 물었다. 우선 호주전부터 물었다.

Q :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랐다.

A :

“두 번째 투수로 준비 중이긴 했다. 드라이브 라인 운동(무게가 다른 공으로 하는 MLB에서 유행 중인 훈련)과 스트레칭을 끝내고 쉬는 중에 교체 소식을 들었다. 대충 잡히는 대로 ‘땅땅’ 던졌다. 한 5~6개 정도? 그리고 올라갔다. 난 이런 경험이 많다. 개인적으로 팔을 많이 풀어 지치는 것보다 약간 적게 풀고 쌩쌩한 상태에서 던지는 게 좋다. 많이 풀면 힘들다.”

WBC 호주전서 호투하는 노경은. [연합뉴스]

노경은은 8강전에서도 0-3으로 뒤진 2회 2사 2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삼진으로 잡았다. 3회엔 후안 소토(뉴욕 메츠)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안타를 내줬다.

Q :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일본)를 상대하지 못했는데 아쉽지 않나.

A :

“일본전도 등판 준비를 하긴 했다. 상황에 따라 나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만전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 감히 ‘승부를 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오타니를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초창기 WBC에 나선 메이저리거들은 올스타전처럼 ‘설렁설렁’ 경기에 나섰다. MLB 시즌을 앞둔 3월에 열리는 만큼 부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제는 달라졌다. 축구 월드컵처럼 선수들이 뛰고 싶은 대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간판선수들이 앞장서서 참가한다.

Q : 뉴욕 메츠와 15년 1조1400억원에 계약한 소토와 맞붙었다.

A :

“상대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정말 흠잡을 데 없었다. 최고 연봉을 받는 수퍼스타인데도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했다. 한 타석, 공 한 개를 신중하게 대처했다. 점수 차도 여유가 있어 한국을 쉽게 봤다면 풀어질 수도 있고 홈런 욕심을 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공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솔직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Q : 냉정하게 기량 차도 느껴졌을 것 같다.

A :

“개인적으로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문동주(한화 이글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빠진 게 아쉽다. 야구는 뛰어난 투수가 있으면 좋은 경기가 가능하다. 대표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조별리그는 모두 힘을 합쳐서 통과했는데, 결선은 확실히 수준이 높았다. 미국도 사이영상 수상자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 한 경기만 던지고 빠지니 힘들어하지 않았나. 우리 타자들이 똑바로 날아오는 95마일(약 153㎞) 공은 칠 수 있다. 다만 도미니카 선발 크리스토페르 산체스(마이애미 말린스)는 정말 공의 움직임이 뛰어났다. 신예들이 성장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결승에 가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문동주나 곽빈은 앞으로도 한국 야구를 이끌 재목이다.”

Q : 대표팀이 젊어졌다.

A :

“이번 대회 경험이 우리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예를 들면 (시속 157㎞를 뿌린) 곽빈(두산 베어스)은 공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짊어진 왕관이 무거웠던 것 같다. 긴장한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많이 성장할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 야구가 ‘구속 혁명’에서 뒤처진 걸 지적한다. KBO리그 평균 직구 구속(2025년 146㎞)은 10년 동안 5㎞ 늘어났다. 향상되고는 있지만, 더딘 편이다. WBC 대표팀 투수들의 빠른 공 평균 속도는 시속 146.2㎞로 20개국 중 17위에 그쳤다. 경쟁국 대만(12위, 149.8㎞)에게 뒤졌다.

Q : 한국 야구가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

“일본은 전통적인 자신들만의 훈련방식이 있었는데 그걸 버렸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택하면서 작은 체구에서 강하고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힘을 키우는 데 소홀하다. 견갑골(어깨뼈), 흉추(등뼈), 고관절(골반)의 유연성과 움직임 범위 등 가동성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하는 편이다. 사실 예전에 우리가 일본과 동등하게 싸운 건 많은 연습을 통해 근력을 키워서였다. 일본 선수들은 체계적이면서도, 많이 연습한다. 트렌드를 따르는 건 좋지만 결국 야구는 빠른 공을 던지거나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연습 없이는 발전도 없다. 요즘 유소년 야구를 보면, 학교 야구부가 아닌 클럽 형태가 많아졌다. 좋은 방향이지만 아무래도 훈련량은 적다. 지금이 과도기 같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소속팀도 물었다. SSG는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가을 야구에 나섰다. 그러나 올 시즌 전망이 밝진 않다. 지난해 에이스로 활약한 드류 앤더슨(디트로이트)이 떠났고, 간판 투수 김광현도 어깨 수술을 받게 돼 이탈했다.

Q : 전문가들은 올시즌 SSG 전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A :

“어떤 해엔 야수들이 잘하고, 어떤 해엔 투수들이 잘해서 성적이 났다. 지난해엔 투수들이 힘을 냈던 시즌이다. 그런데 올해는 야수들이 좋아져서 반등이 기대된다.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최대한 많이 던질 것이다.”

Q : 3년 연속 홀드(팀이 이길 때 리드를 지킨 구원투수에게 주어지는 기록)왕에 도전하고 싶지 않나.

A :

“오히려 부담감이 없다. 사실 홀드는 운이 필요한 기록이다. ‘나 홀드 올려야 해’라는 강박이 생기면 안 된다. 시즌 중반까지 20홀드 이상 기록하고 있다면 욕심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144경기에서 항상 던질 준비를 하는 게 내 목표다. 더 많은 경기에서 이닝을 소화하는 게 좋다.”

이 대통령 SNS 메시지, AI 장난인 줄 알아

Q : 여섯 살 아들(권후)도 야구를 좋아하나.

A :

“(환하게 웃으며)야구를 좋아한다. 자기도 야구 선수가 될 거라고 한다.”

Q : 대표팀이 귀국한 날 곧장 야구장으로 향했다.

A :

“귀국한 날이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루틴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150㎞가 넘는 강속구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경험과 절제,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감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많은 이들에게 전해줬다”며 노경은을 ‘리스펙트’했다. 노경은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AI로 누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사실인 걸 알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많은 분이 지켜보니까 나이가 들어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은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1년 1년 최선을 다 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 계약이 끝나서 연장하려면 올해도 잘해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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