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트램 실증운행. 울산시 제공
울산 도시철도 1호선 트램 건설사업을 재검토해 온 김상욱 울산시장이 사업 중단에 따른 법적·재정적 부담과 행정 신뢰도 훼손 가능성에 부딪히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트램 공사에 따른 도심 교통 혼잡과 사업비 증가, 운영 적자 등을 이유로 사업을 일단 멈춰 세웠지만, 계약 구조상 장기간 중단하거나 사업을 철회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울산시는 중단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되 공사가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한 교통대책 마련에도 착수해 사실상 정상 추진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김 시장은 지난 16일 간부회의에서 "트램 사업을 계속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며 신속하게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공사가 진행되면 시민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멈출 권한도 없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울산도시철도 1호선(트램)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85㎞ 구간에 정거장 15곳과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3,814억원으로 국비 2,228억원과 시비 1,526억원이 투입된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수소전기트램 9편성 제작 계약과 우선 시공분 공사도 이미 시작됐다.
김 시장은 취임 이후 트램의 수요예측과 경제성 분석이 적정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사업을 일시 중단시켰다. 트램 공사가 본격화될 경우 문수로와 공업탑로터리 일대 차로 감소와 지장물 이설 등으로 극심한 교통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시 분석에서도 현재 문수로 일부 구간의 서비스 수준은 'D' 수준이지만, 우회도로 없이 트램 공사가 진행되면 'FF' 또는 'FFF' 수준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트램 운행으로 차로가 줄어들면 일부 구간의 교통 여건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트램은 최초 계획보다 총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별도 운영기관인 교통공사가 없는 울산시는 민간 위탁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예상 운영비는 연간 196억원으로 요금수입 82억원을 제외하면 해마다 114억원가량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사업을 중단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울산시는 이미 확보한 국비 가운데 420억원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있고, 설계·시공 일괄입찰 계약과 차량 제작 계약을 둘러싼 손해배상 분쟁도 예상하고 있다. 사업기간이 연장되면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용역비 100억~123억원에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계약상 사업을 합법적으로 장기간 중단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김 시장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계약상 중단 가능 기간은 60일에 불과하고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난 반면, 수요예측이나 타당성 재조사에는 1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시장은 △계약 당사자 간 합의 중단 △계약상 약정에 따른 중단 △객관적인 이행 불능을 이유로 한 법적 중단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공사와 차량 제작사가 합의 중단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계약서상 중단 사유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계약 상대방의 귀책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울산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하면 모든 책임을 시가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률 검토의 핵심이다.
김 시장은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사업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는 계약 구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정부법무공단, 전문 법무법인 등에 자문을 구해 중단이나 계약 변경 가능성을 신속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김 시장은 "결국 트램 공사를 중단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사업 추진에 대비한 교통대책 보완을 주문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 남구지역 교통 마비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존 대책만으로는 교통불편을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반복 시공을 통한 공사기간 단축, 우회도로 확보, 주차요금 조정, 교통신호 최적화 등 종합교통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시민 공론화 과정 절차도 지난 16일 울산시의회의 관련 조례 부결로 어렵게 됐다. 울산시는 당초 8월부터 10월까지 시민공론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에 따른 교통불편과 재정 부담, 중단 시 손실과 법적 분쟁 가능성을 공개하고 최종 추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결국 트램을 멈추고 싶은 김 시장의 정책적 판단과 멈출 수 없는 계약·재정적 현실이 충돌하면서 시작된 울산시의 고민은 결국 사업 중단보다는 정상 추진을 전제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가 부상하고 있다. 박인섭기자 inseob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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