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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사권과 검증권, 어느 하나 가벼울 수 없다

최근 울산에서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권과 검증권, 어느 하나 가벼울 수 없다

구글 선호출처 추가

이혜인 울산남구의회 의원·복지건설위원장

최근 울산에서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의회에서는 인사청문회 조례를 마련하는 과정과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울주군에서는 조례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 서로 다른 사례지만 결국 같은 문제를 묻고 있다. 단체장의 인사권과 지방의회의 검증 역할은 어디에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가.

울산시의회는 그동안 집행부와의 협약을 통해 일부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왔다.

2023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조례 제정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제9대 의회 출범 직후 원 포인트 임시회에서 조례가 처리되면서, 전임 집행부 당시에는 제정되지 않았던 제도를 집행부 교체 직후 신속하게 마련한 것을 두고 '선택적 견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인사청문 제도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질 수 없다. 어느 정당이 집행부를 맡고, 어느 정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검증의 기준이 달라진다면 제도의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울주군에서는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인사청문회 조례를 마련해 놓고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 일부 군의원들이 청문을 요구했지만, 집행부는 현행법상 청문 요청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과 장기간 이어진 공석 해소 등을 이유로 청문 요청 없이 임명을 진행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47조의2는 지방공사 사장과 지방공단 이사장, 출자·출연기관장 등 조례로 정하는 직위의 후보자에 대해 단체장이 지방의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문 요청 여부에 단체장의 재량이 있는 만큼, 청문회를 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것과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방자치법이 인사청문 절차를 마련한 것은 최종 임명권은 단체장에게 두면서도, 공공기관을 책임질 후보자의 전문성과 직무 수행 능력, 도덕성 등을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인사청문회는 의회의 임명 동의제가 아니다. 의회가 청문회를 앞세워 사실상 임명권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인사는 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검증 절차의 의미까지 밀어낼 수도 없다. 조례로 청문 대상까지 정해 놓고 정작 필요한 때마다 청문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공사와 공단,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상당한 예산과 조직을 책임지고 주민의 일상과 맞닿은 공공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한다. 누가 임명되는가 못지않게 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지를 주민에게 설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남구의회도 이번 10월 회기에 인사청문회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남구에서 같은 논쟁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조례 제정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상황이 바뀌어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 청문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

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흠을 찾거나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자리로 흐른다면 집행부에 검증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다. 해당 기관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조직을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 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묻는 실질적인 검증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어느 한쪽의 권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집행부에는 인사와 집행의 권한이 있고, 의회에는 견제와 검증의 책임이 있다.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는 단체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지 주민 앞에서 묻고 확인하는 것은 의회가 맡아야 할 책임이다. 인사권도, 검증권도 어느 하나 가볍게 다룰 수 없다. 서로의 권한을 무력화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라보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혜인 울산남구의회 의원·복지건설위원장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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