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에 재계 총수와 주요 은행장들이 대거 동행할 예정이다.
기업과 금융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번 경제사절단은 단순한 외교 지원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현지 시장 선점, 금융 지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19~24일 일정으로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을 구성하고 있다. 규모는 200명 안팎이다.
대한상의가 베트남, 한경협이 인도 일정을 맡아 비즈니스포럼과 현지 정·재계 행사, 업무협약 체결 등을 주관한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포함됐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합류했다.
여기에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까지 동행하면서 기업과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될 예정이다.
이 같은 구도는 베트남의 위상이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전략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투자 거점 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제조공장 6곳과 연구개발센터, 영업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조직을 '베트남삼성전략협력실'로 개편하고 AI 반도체 기판 투자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LNG 발전사업을 통해 에너지 인프라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합작법인과 공장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아세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 거점을 구축하고 있고, 효성은 장기간 투자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해왔다.
◆ 생산기지 넘어 ‘공급망 거점’으로 전환
이번 동행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공급망 재편이다.
중동 사태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에너지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협력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에너지와 공급망 안정, 핵심 광물협력 등 경제안보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소통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자유무역 질서의 퇴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글로벌 산업·무역 질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파격적인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들이 직접 동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현지 정부와의 협력, 투자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까지 묶은 ‘패키지 진출’ 본격화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사진=각 사.
은행장들이 함께 움직이는 점도 이번 순방의 특징이다.
5대 은행장은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와 현장 경영을 병행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국내 은행들이 가장 활발히 진출한 국가 중 하나로, 기업 투자 확대와 함께 금융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장들은 이번 방문 기간 중 하노이와 호치민 등지에 포진한 현지 법인과 영업점을 찾아 현장 경영 상태를 살핀다. 아울러 베트남에 진출한 9000여 개 국내 기업의 금융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에너지·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중개 역할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취임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는다. 이 위원장은 해외금융협력협의회(CIFC)가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해 우리 금융사들의 현지 영업 환경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5대 은행장들은 이번 경제사절단 참여를 통해 기업 투자와 금융 지원을 동시에 묶는 ‘패키지 진출’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투자와 금융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현지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이는 반면 리스크를 낮추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이번 순방에서 인프라, 원전,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비즈니스포럼과 경제인 대화를 통해 기업 간 협력뿐 아니라 금융, 투자, 공급망까지 연계된 협력 모델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은 생산기지 중심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 거점과 금융을 결합한 입체적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