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역량
[ 주간논단 ]
김명주 소장
2026년 04월 22일(수) 09:00
우리 사회가 디지털 사회이자 AI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지금까지 잘 나가던 직업 중 일부는 갑자기 사라질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와 같은 미래 인재에게 현재의 직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다양한 직업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능력을 '역량'이라고 부른다. 유엔이나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교육기관에서는 그동안 미래 인재에게 꼭 필요한 역량들을 제시해 왔다. 그중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역량을 모아 정리하면, 모두 일곱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역량은 협업 역량이다. 챗GPT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700명의 오픈AI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왔다. 각자가 AI 지식을 얼마나 잘 알고 기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 못지않게, 자신이 속한 조직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하고 동료의 의견과 입장을 이해하며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업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
두 번째 역량은 글로벌 역량이다. 장차 전망 있는 직장일수록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고, 성공적인 인재일수록 글로벌하게 활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이질적인 가치관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며 이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능력이 미래 인재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세 번째 역량은 학습 역량이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고 인공지능 사회로 이동하면서 고급 지식과 전문 경험은 더 이상 소수의 스승이나 교사, 교수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따라서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한히 제공되는 지식과 경험을 얼마나 잘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느냐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 역량이다. 내가 왜 배우고자 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분명하고 목적과 목표가 명확할수록 학습 역량은 그에 비례하여 커지게 된다.
네 번째 역량은 변화 수용 역량이다.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효과적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이다. 앞으로 다음세대가 살아가며 맞이할 변화는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또 훨씬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직업도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수용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볍고 단순하며 검소한 삶일수록 변화 수용 역량은 커진다.
다섯 번째 역량은 미래 안목이다. 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같은 노력을 들이더라도 방향을 정확히 설정해야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미래의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내다보고, 그 방향에 맞추어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쏟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이 바로 미래 안목이다.
여섯 번째 역량은 생각하는 능력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생성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언제나 창의적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취사선택하며 필요하다면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갖추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점점 유사한 스타일의 답을 내놓는 인공지능과는 다른 관점과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일곱 번째 역량은 AI 활용 역량이다. 지금 우리는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디지털 활용 능력의 무게중심이 점차 인공지능 활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인재에게 디지털 역량은 기본이 되었고, 이제는 인공지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일곱 가지 역량은 기독교와 무관하게 논의되고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 일곱 가지 역량 외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역량이 있다. 바로 '영성'이다. 영성이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하나님과 화목한 관계 가운데서 나타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십자가 구원의 확신에서 출발하며, 성령님의 인도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경과 환경, 사건과 만남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고 순종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영성이다. 영성은 기독교인에게 다른 일곱 가지 역량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중요하며 더 포괄적인 '0순위 역량'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차 직업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계셨고 현재도 계시며, 미래까지 동일하게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우리가 나뭇가지처럼 붙어 있다면 미래에 대한 무지가 불안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떤 상황 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다. 이러한 주님의 부르심과 택하심을 굳게 붙든다면, 어떤 어려움과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결코 실족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라는 그늘은 짧은 시간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만 제공된다. 그러나 평생의 그늘이 되시며 어디서든 동행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아버지 한 분뿐이다. 그러므로 영성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미래 인재에게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며, 모든 역량 가운데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출발점이다.
김명주 소장 / 인공지능안전연구소·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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