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접근금지 명령’ 어기고 범행
45년형 원심 파기하고 ‘무기징역’
이혼한 아내를 협박해 수차례 성폭행하고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 45년의 원심 판결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원고등법원 형사14부(재판장 허양윤)는 지난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강간,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B씨와 2024년 이혼한 뒤, 지난해 3월19일 B씨를 협박해 두 차례 성폭행했다. A씨는 B씨의 사생활을 주변에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3월24일에도 A씨가 성폭행을 시도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인천가정법원은 이틀 뒤 A씨에게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의 임시조치는 범행을 막지 못했다. A씨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지난해 4월1일 오전 1시11분쯤 경기 시흥시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B씨를 찾아가 흉기로 찔렀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다음 B씨를 두고 현장을 떠났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지난 1월 A씨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살해 방식이 대단히 잔인하고 포악하다”면서도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참작해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원심 선고가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재범할 위험이 커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렀고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음’이라는 결과가 나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착 명령 청구 사건의 판결은 본 범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리기로 했으므로, 부착 명령이 없이 A씨 죄질을 판단한 1심 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변론을 다시 거친 뒤,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 생활을 하도록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는 한편,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참회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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