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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호근의 모빌리티인사이트] 현대차·기아의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필자는 BYD의 70조원대 미지급금 논란을 두고, 그것이 파산 위기가 아니라 고성장 시대의 종언이며, BYD의 성장 둔화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게 잠시 숨 돌릴 시간을 줄 수는 있어도 이를 ‘중국차의 몰락’으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힌바 있다.

[이호근의 모빌리티인사이트] 현대차·기아의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것은?

BYD의 비대칭 전략에 대응책 없는 현대차·기아와 환경부

BYD 씨라이언 6 DM-i. 사진=BYD 코리아

필자는 BYD의 70조원대 미지급금 논란을 두고, 그것이 파산 위기가 아니라 고성장 시대의 종언이며, BYD의 성장 둔화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게 잠시 숨 돌릴 시간을 줄 수는 있어도 이를 ‘중국차의 몰락’으로 읽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힌바 있다. 그 우려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바로 그 무대였다.

“BYD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주행거리 약점을 덜어낸 전기차다.” 류쉐량 BYD 그룹 부총재 겸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이번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PHEV 모델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6 DM-i’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격은 3750만원이다. 유럽 출시가(약 7000만원대)의 절반 수준이자,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 SUV와 같거나 오히려 더 낮은 값이다. 전시장을 둘러본 정원정 기아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조차 “가격 경쟁력이 놀랍다”고 했다.

현대차·기아와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은 PHEV보다 일반 하이브리드(HEV) 선호가 높다”는 진단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이는 철 지난 이야기다. 그 선호는 소비자가 PHEV를 마다한 결과가 아니라, 살 만한 국산 PHEV가 없었고, 수입 PHEV는 비쌌기 때문에 만들어진 ‘공백’이었을 뿐이다. BYD는 그 공백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필자가 지난해부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BYD의 전기차가 아니라 PHEV였다. 전기차는 안 팔리면 매출이 줄어들 뿐, 애초에 마진이 매우 적기 때문에, 수익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다르다. 현대차·기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차종이 바로 하이브리드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곧 판매 대수가 흔들리는 순간 수익률이 급락한다는 뜻이다. 씨라이언6 DM-i가 정조준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 소렌토 하이브리드로 대표되는 현대차·기아의 최대 수익원이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0.8%, 26.7% 줄었다. 미국 관세 1조 6000억원대가 직격탄이었지만, 그나마 실적을 떠받친 것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하이브리드 판매였는데, 이제 그 장점이 크게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글로벌 전동화 흐름을 읽기보다 당장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에 안주해 온 결과, 마지막 버팀목 하나에 수익과 주가가 매달려 있는 형국이 됐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조 파업이 무섭다지만, 파업은 끝나면 생산이 회복된다. 그러나 최대 수익원의 시장 자체를 잠식당하는 일은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는 셈이다.

더 뼈아픈 것은 이 위기가 현대차·기아와 환경부의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현대차·기아가 PHEV를 팔던 시절은 배터리가 작아 전기 주행거리가 30㎞ 안팎에 그쳤고, 완속 충전만 가능했으며 충전 인프라도 부족했다. 십 수년간 PHEV를 사실상 트라우마처럼 외면해 온 이유다. 환경부는 미국과는 다르게 PHEV를 친환경차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 육성 대상에서 배제했다.

필자는 예전부터 하이브리드와 PHEV는 분명 보조금에서 차이가 있어야 하며, PHEV는 충전 사용 빈도수와 순수 전기를 사용한 주행거리에 따라 전기차와 유사한 보조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그 방법론과 함께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 사이 보조금을 쏟아부어 충전 인프라만 잔뜩 깔아놨고 PHEV에 대한 정책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 인프라를, 전기차가 아닌 BYD의 PHEV가 차지하게 생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 때문이다. 전기로 주행할 때 급속 충전기를 ㎾h당 340원 수준에 쓰면 기름값 대비 약 30%, 완속 충전기를 200원대에 쓰면 약 50%까지 연료비가 저렴해진다. 아파트 완속 충전기는 물론 고속도로 급속 충전기까지 PHEV가 차지할 이유가 차고 넘치게 된다. 문제는 씨라이언6 DM-i가 국내 급속 충전 표준인 DC콤보(CCS1)를 그대로 지원하면서도 충전 출력은 1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자랑하는 350kW 초급속 충전기 이피트(E-pit)에 18㎾짜리 PHEV가 꽂혀 30분을 점유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전기차 운전자도, 충전 사업자도 아찔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충전 대란’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주행거리 약점을 덜어낸 전기차’라는 표현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기차이기에 충전 인프라를 점유하고, 주행거리 약점이 없기에 하이브리드를 몰아낸다. 충전 인프라와 하이브리드 시장을 동시에 친다는 뜻이다. 충전 속도와 충전기 숫자에만 집착해 고출력 인프라 위주로 보급해 온 우리나라의 정책과 산업이 정확히 역풍을 맞는 지점이다.

중속 충전기를 비롯한 다양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외면한 채 충전 속도와 설치 대수라는 숫자만 집착한 행정 편의주의 보조금 정책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십수 년간 PHEV를 외면한 현대차·기아도, PHEV를 친환경차 육성에서 배제한 환경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부산에서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고객 가치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비대칭 전략에는 정면 승부가 아니라 비대칭 대응이 필요하다.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의 결말을 진작 짐작했 듯, 이대로라면 1년 뒤 결과 또한 지금부터 예상돼 있다. 그 결과는 주가로 즉시 반영이 될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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