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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현상의 시시각각] 반도체 성과급 유감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관심은 단연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다. 지난해 이 문제로 홍역을 앓은 뒤 회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상한선도 없앴고, 이런 지급 체제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현상의 시시각각] 반도체 성과급 유감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관심은 단연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다. 지난해 이 문제로 홍역을 앓은 뒤 회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상한선도 없앴고, 이런 지급 체제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25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그렇게 되면 직원 3만4500명이 평균 7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심지어 내년 성과급은 인당 13억원이 될 것이라는 ‘설’까지 돈다. 물론 극단적 낙관이지만 직장인 사이에서 부러움과 좌절감이 교차할 만하다.

실력과 행운 겹친 AI발 대호황

수억원대 성과급 기대감에 들썩

과연 현재 구성원들만의 몫인가

당장 경쟁사 삼성전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할 태세다. 하지만 회사 밖 시선은 곱지 않다. 삼성전자 사옥 앞엔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하는 1인 시위가 등장했다. 수억, 십수억이란 보상 단위 자체가 대중에게는 생소하다. 적정한 성과급은 생산성과 조직 사기를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거론되는 규모와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자인 로버트 프랭크는 인간이 성공을 설명할 때 역풍은 과대평가하고 순풍은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순풍(행운)에 감사하기보다는 역풍을 이겨낸 내 다리 힘(실력)을 더 믿는 게 사람들이다(『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2022년 말 생성형 AI의 등장은 반도체 산업에 거대한 순풍이었다. SK하이닉스는 ‘언더독’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여 년간 비주류 기술인 HBM에 절치부심 투자해 왔다. 지금의 성과가 그 노력의 결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크게 불어온 AI 바람의 덕분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기존 강자였던 경쟁사의 전략적 판단 착오 또한 유리하게 작용했다. 막대한 성과급 기대 속에 실력과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더 중요한 문제는 보상의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3년에 걸쳐 8:1:1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현금 위주다. 반면에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는 보상의 상당 부분을 주식(RSU,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으로 지급한다. 그것도 수년에 걸쳐 나눠 받게 함으로써 직원의 이익을 회사의 장기 성장과 주주 가치에 묶어둔다. 단기 성과를 현금으로 소진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성과의 결실을 나눌 이해관계자(스테이크홀더)들은 직원만이 아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주주들에게 돌려준 현금 배당 총액은 2.1조원. ‘영업이익 10%’ 약속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추정되는 4.7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도 성과급을 경쟁사 수준으로 늘릴 경우, 성과급 총액이 주주 배당 규모를 크게 웃돌게 된다. 이는 자본 배분의 균형 문제를 제기한다. 과도한 성과급이 ‘성장 엔진의 과부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주가 상승기에는 ‘영업이익 10% 성과급’이 용인될지 모르나 하락기에 접어들면 주주 가치 훼손 논란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는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정책금융 지원, 국가와 지방정부가 구축한 전력 및 용수 인프라가 뒷받침돼 왔다. 반도체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을 감내한 소비자들도 이 생태계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 배분은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민 기업’이나 ‘국민 산업’ 소리를 듣는다면 더 그렇다. 워런 버핏은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은 앞선 세대의 노고와 국가적·사회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성과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언젠가 후배 세대들이 쉴 나무를 키우는 것도 지금 구성원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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