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7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전임 당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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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 정치데스크
전쟁을 방불케 한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끝난 뒤 세가지 장면에 눈길이 멈췄다. 하나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는 지난 24일 여권 내 ‘빅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의 유튜브 방송 발언이다. 두번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왼쪽(민주진보 진영)을 더 품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마지막은 27일 인천에서 열린 ‘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김민석 신임 대표가 “정청래 전 대표는 ‘중도는 없다’론자다”라고 연설하는 동안 스크린에 떠 있던 ‘중도보수 확장&구조적 다수 vs 단결하라! 중도는 없다’는 문구다.
세 장면은 이 대통령과 김 대표, 유 작가로 대변되는 당의 전통·핵심 지지층 사이의 여전한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온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불씨로 남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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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칭’으로 대표되는 상호 공격과 비방을 걷어내면, 이러한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핵심 지지층이 자신의 요구를 당에 관철하려는 행보와 ‘구조적 다수’(다수연합)를 꾀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가려는 이 대통령, 이를 견인하는 중도·무당층의 여론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자연스러운 정치적 선택이다.
당원중심주의가 강화될수록 검찰개혁 등 선명한 개혁을 요구하며 평소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지지층의 요구와 평소 정치 참여의 강도는 약하지만 총선이나 대선 등의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도층·무당층의 관심과 이해는 더 자주, 강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형성된 전선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도 정 전 대표처럼 보완수사권 폐지를 외쳤으나, 이는 애초 범죄 피해자들의 우려와 중도·무당층의 여론을 의식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했던 이 대통령과 국무총리였던 김 대표가 검찰개혁을 외치는 당심의 압력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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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정치’가 이러한 긴장을 끓어오르지 않게 관리하고, ‘당심’과 ‘민심’의 거리를 끊임없이 좁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의 리더십과 정부·여당 내 구성원들의 절제와 관용도 필요하다. 집권세력 내부의 갈등은 국정의 방향을 흔들고, 결국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이후 각각의 선택이 이러한 갈등을 관리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물음표다. 핵심 지지층의 이 대통령, 김 대표를 향한 불신과 의구심은 여전하고, 이는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포용 대신 패자인 정 전 대표를 거론하며 ‘핵심 지지층’ 대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구도를 내세웠다. 김 대표가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할 여당 대표의 역할을 잘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이 대통령은 국정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일단 ‘왼쪽’을 돌아봤다. 30일 단행한 6개 부처 개각과 청와대 인사에서 청와대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임명하고, 친문재인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청와대로 부른 것은 전당대회를 거치며 드러난 여당 내부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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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각각의 선택에서 방향성은 보이는데,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 현재 당정이 처한 부동산 문제와 주식 시장, 민생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내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철 지난 노선투쟁은 왜 하십니까. 노선이 2030이 원하는 건 아니잖습니까”(5선 박지원 의원), “먹고살기 힘들어서 기권해 버린 유권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진성준 의원) 같은 당내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벨기에 출신 정치사상사 연구자 안톤 예거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정치 상황을 ‘하이퍼정치’(Hyperpolitics·과잉정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구는데, 정작 삶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집권세력 내부의 싸움은 이토록 뜨거운데 그 에너지가 부동산·민생·청년 문제 등을 바꾸는 힘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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