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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JOB채(92)] 신세계 정용진의 패러다임 전환…골드만삭스 ‘전력 인력 경고’가 변수
이태희
입력 : 2026.04.03 18:37
ㅣ 수정 : 2026.04.03 18:38
AI시대 병목, 기술에서 사람으로 이동한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AI(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 성장 뒤에서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이 조용히 팽창하고 있다. 바로 ‘전력 일자리 시장’이다. AI서버와 반도체,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거대 자본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가운데, 그 기반을 떠받치는 전력 인프라와 관련된 노동시장은 이미 구조적 인력 부족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AI 대담: 전력 문제’ 녹취록이 지적한 현실이다. 이 녹취록은 지난 3일 진행된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브라이언 싱어 GS SUSTAIN 총괄, 앨리슨 네이선 수석 전략가, 조지 리 골드만삭스 글로벌연구소 공동대표 등 3인 간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녹취록에 담긴 충격적인 팩트는 두 가지이다. 첫째, 2030년까지 글로벌 AI 및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약 2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전기 먹는 하마로 만드는 요인은 3가지 정도이다. 추론(inference)의 에너지 소비 증가, 서버 수 급증, 데이터센터 수 급증 등이다.
전력 수요 220% 증가는 어떤 규모일까? 세계 6위 수준의 전력 소비 국가가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빚는다.
■ AI 시대 충격적 전망, ‘전력 인프라 일자리’ 폭증
둘째, 더 충격적인 전망은 전력 수요 증가 이면의 고용시장에 있다. 진짜 병목 현상은 ‘전기 인프라 구축 인력’ 공급 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기다. 그리고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송전망, 배전망을 구축할 인력이 필요하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준으로만도 약 5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발전 설비 구축 인력 약 30만 명, 송전·배전 인력 약 20만 명 등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분야는 송전·배전이다. 전기 기술자는 숙련까지 최소 4년이 걸리는 고숙련 직종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에너지 분야 견습생은 약 4만5000명 수준에 불과하며, 최소 2만~2만5000명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AI 산업의 승부처는 그동안 기술 경쟁에서 숙련 노동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기존 예상을 깬 AI 시대 노동시장 구조 변화
흥미로운 점은 AI 시대의 노동시장 구조가 기존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하고, 고급 기술 인력 수요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AI 인프라 확장이 ‘전력 인프라 구축 인력’이라는 블루칼라 고숙련 노동의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그 핵심 직군은 5가지이다. 전기 엔지니어, 송배전 설계 기술자, 데이터센터 건설 인력, 발전소 운영 인력,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다. 이들은 단기간에 양성할 수 없고,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는다.
AI 시대 초기에는 ‘코딩 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제 코딩은 AI가 짜준다. 이제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 ‘전력 인력 수급’이 AI 투자 속도 좌우
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은 반도체나 자본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AI 전력수요와 관련된 최대 리스크로 ‘전력 인력(People)’을 지목했다. 실제로 전력망 구축이 3~5년씩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자체 발전 설비(Behind-the-meter)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전력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연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즉, 앞으로 AI 산업의 투자 속도는 기술 혁신이 아니라 전력 인력 확보 속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골드만삭스 전문가들의 주장은 AI시대 인적 경쟁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AI 알고리즘를 짜는 천재와 첨단 반도체 인력이 승부처라는 생각은 이미 고정관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력 인프라 구축 인력’이라는 전통적 블루칼라 기술자들이 AI시대 핵심 인재라는 가설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 AI는 '예상못했던' 새 일자리를 늘린다...‘파생수요’ 이론 주목돼
이번 분석이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도 중요하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전문가들의 대담에서 나타난 ‘AI 시대 일자리 법칙’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자리의 중심이 소프트웨어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둘째, 고숙련 블루칼라 직종의 희소성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셋째, 노동시장 양극화가 ‘AI 활용 능력’에서 ‘물리적 인프라 구축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파생수요(Derived Demand)’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파생수요는 어떤 재화(상품·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면 그 재화를 생산·소비하는 데 필요한 생산요소(노동·자본·토지 등)나 관련 재화(부속품·중간재 등)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AI 수요 증가는 데이터센터 증가를 낳고, 이는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전력 인프라 인력 수요가 폭발하는 것이다.
“AI 시대 고도화는 AI 개발자가 아닌 전기 기술자를 폭발적으로 원한다”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이다.
■ 한국에 주는 시사점…‘AI 인재’보다 ‘전력 인재’가 더 시급?
이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는 한국에서도 서서히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사례가 신세계의 250MW 데이터센터다.
신세계그룹은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함께 전력용량 250MW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이다. 신세계측은 AI 데이터 센터의 핵심 설비인 GPU를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AI데이터센터 구축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유통기업이 대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 회장의 AI 데이터센터 구상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AI 산업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적용하면, 250MW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예기치 못했던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중소도시 1개급의 전력을 사용하는 AI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자체보다 이를 설계·시공·운영할 숙련 인력 부족 사태부터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데이터센터 건설은 2~3년이면 가능하지만, 고압 전기·송배전 기술 인력은 양성에 수년이 걸리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전력 인프라를 구축할 숙련 인력 급증이라는 현실은 양면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AI 시대에 ‘파생수요’ 덕분에 새 일자리가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반면에 숙련 인력 부족사태가 AI 성장 자체를 제한하는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이다.
분명한 것은 AI 패권 경쟁이 알고리즘 영역에서 전력 인력 확보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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