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시인
원시시대의 인간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포식자나 맹수의 습격에 대비하여 항상 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다. 포식자가 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표정을 보아 덮치지 않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판단은 곧 죽음과 직결되었다. 그 때문에 인간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자극을 우선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진화되었다. 험난한 자연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한 경고체계가 먼저 발달하고 강화된 것이다.
뇌의 편도체는 긍정적 반응보다 부정적 반응에 훨씬 더 빠르게 활성화된다. 공포나 위협을 인식하면 즉각적으로 신체 반응을 유도한다. 또한 뇌의 편도체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이미지, 단어에 대해 더 강하게 반응하며, 해마를 통해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으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좋았던 기억보다는 불쾌했던 일을, 기뻤던 일보다는 아팠던 일을, 평안했던 일보다는 무서웠던 일을, 이득보다 손실을 더 오래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 긍정적 자극보다 부정적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심리적 경향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마음은 부정적인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부정성 편향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TV를 켜면 뉴스에는 항상 부정적인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가봐도 항상 부정적인 기사가 1면을 장식한다. 그래야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대화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만족보다 불만, 칭찬보다 험담, 긍정보다 불평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열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비난이 더 오래 남고, 좋은 일이 많이 있었음에도 유독 안 좋았던 일 하나가 온종일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다가 누군가가 툭 던진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나약한 멘탈이나 변덕스러운 심리 탓만으로 볼 수 없다. 사람의 인지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부정적인 정보를 우선하여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정성 편향이 심화하면 삶을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뇌 속의 작은 악마로 불리는 부정성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으면 주관을 잃고 나쁜 쪽에 더욱 과잉 반응하게 만들어 일을 그르치거나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치고 성공하거나, 또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부정성 편향은 과거 원시시대에는 생존에 유리했지만, 포식자나 맹수에게 쫓기는 위험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의 주요인이자 삶에 마이너스로 기능으로 작용한다. 한 번의 좌절이 긍정적 사건에 비해 5배나 더 큰 정서적 영향을 미치고, 누군가를 비판하여 기분을 상하게 하면 적어도 4번은 그를 칭찬해야 상한 기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은 평생에 걸쳐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부정성 편향은 좋지 않은 반응 사이클을 형성하여 불신과 오해 심화, 갈등 증폭, 관계 악화로 몰고 간다. 알게 모르게 삶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구멍을 내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인간의 본성 중의 하나인 부정성 편향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야 하는가? 이에 대해 연구자나 심리학자들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부정성을 완화하거나 극복하여 건강하고 좋은 삶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라고 말한다.
부정성 편향을 극복하는 몇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간단하게 살펴보자. 첫째, 범사에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되새겨보는 일이다. 좋은 일이나 칭찬을 10~20초간 머릿속에서 여러번 리플레이하면 뇌에 각인되어 긍정성이 향상된다고 한다. 두 번째, 부정적 생각이 들 때 즉각적인 반응을 멈추고 자신을 타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부정성이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나쁜 일에 대한 지속적인 생각을 끊고 의도적으로 기분 좋은 일을 상상하거나 만들어내는 것이다. 네 번째, 부정적인 소식이 넘쳐나는 뉴스나 SNS 활동을 줄이고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몸에 활력이 떨어지면 정신도 침체되어 부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만이라도 실천한다면 뇌에 프로그램된 부정적 사고 패턴을 극복하여 더 밝고, 더 활기차고,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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