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환율·물가 불안..연 2.5% 동결
30조원 추경 앞두고 정부 재정 정책과 보조
내수 부진·지정학적 리스크..금리 인하 어려워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내 마지막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4월까지 7회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란 전쟁이 부른 지정학적 위기..물가·환율 안정에 우선
한은 금통위는 10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열린 본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과 환율 불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5%로 7회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동결을 선택한 가장 큰 원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억제책 덕분에 2.2%에 그쳤으나,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다시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소다. 3월 환율은 1520원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휴전 기간을 거치며 148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수입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금통위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더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진성준 위원장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형수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 심사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확장 재정과 엇박 우려..선제적 인상도 어려워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한국은행의 발을 묶었다.
정부는 중동 전쟁 대응 등을 위해 당초 26조2000억원 규모였던 추경안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30조원 안팎으로 늘려 처리에 나섰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려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찬물을 끼얹는 엇박자를 내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에도 명분이 부족하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하며 지난 3월 전체 수출액이 사상 첫 800억달러 고지를 밟는 등 일부 업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와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뉴시스>
◆이창용 총재의 퇴임..신현송 체제의 과제로
이번 회의는 임기 종료를 앞둔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금통위였다. 7명의 위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동결에 찬성하며 이 총재의 마지막 행보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기준금리를 관리해 왔으며, 결국 7회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공은 차기 수장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게 넘어갔다. 내달 열릴 금통위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간이 끝난 직후에 개최된다.
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지 혹은 마무리될지가 판가름 난 시점인 만큼, 차기 체제에서는 지정학적 변수보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집중한 금리 처방이 나올 전망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 정책을 운용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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