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임기를 마무리하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제도적 보완 없이 과거처럼 금리나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환율을 관리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 대응과 금융안정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향후 경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4년은 예상된 범위를 넘어선 충격의 연속이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물가에 대응해 두 차례 ‘빅스텝’을 포함,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비상계엄에 따른 경기 역성장 등 복합 위기를 언급하며 “경제는 계속 시험대에 올랐지만 임직원들의 헌신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성과로는 물가 안정과 정책 소통 개선을 꼽았다. 이 총재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울러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 방식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또한 “20편 이상의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기능을 강화했고,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은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특히 “지난 20여 년간 상승세를 이어온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퇴임 시점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중동 전쟁이 지속되면서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자리를 넘기게 돼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임기 중 추진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그동안 위기 상황마다 보여준 대응 역량을 고려할 때 신임 총재와 함께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구조 변화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과거 외국인 자본 흐름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과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다”며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역시 단기 처방보다는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반도체 중심 성장 구조는 경기 안정에 기여했지만 산업 의존도 심화와 양극화라는 문제도 함께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역할 확대도 주문했다. 이 총재는 “통화·금융정책을 넘어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 발전해야 한다”며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구조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이날 이임식을 끝으로 4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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