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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재우 칼럼] 지방소멸의 해법은 ‘삶의 질’에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도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일환으로 3개 대학을 선정해 매년 700억원을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적 투자는 막대하다.

[이재우 칼럼] 지방소멸의 해법은 ‘삶의 질’에 있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 만으로 부족

충분한 규모 투자로 질적 전환을

정부 서울대 10개 만들기 유의미

병원·학교·기업도 함께 들어서야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도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일환으로 3개 대학을 선정해 매년 700억원을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적 투자는 막대하다. 우리나라 국부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의 도로, 철도, 주택, 대학, 병원, 문화시설에 투자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와 기업, 대학, 의료, 문화 시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다시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돈이 몰리면 삶의 질이 좋아지고 기회가 늘어나니 다시 사람이 모인다.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니 청년들은 ‘인서울’에 매달린다.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고 돈을 벌면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서울의 집값 상승이 만들어 낸 자산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지방시대를 선언하고 지방 투자를 늘렸지만, 지방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왜일까. 정부가 지방에 공공재정을 투입해도 수도권으로 향하는 민간 투자 규모가 이를 압도하면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더구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다 보니 집값이 급등하면 정부는 대규모 신도시와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정부로서는 집값 급등에 대한 단기 처방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도권의 주택과 기반시설 확충은 다시 인구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된다. 수도권 투자와 수도권 팽창이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다. 5년 단임 정부가 수도권 표심과 집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도 이 고리를 끊기 어렵게 만든다. 지방 활성화 정책도 정권이 바뀌어 우선순위가 달라지면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제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가 지방 투자를 활성화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앞당기려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재정을 나누고 기관을 물리적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집중투자는 지역의 ‘삶의 질’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복잡계에서는 양적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찔끔찔끔 나누어 주는 투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지를 선택할 만큼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의 수준을 한꺼번에 끌어올려야 한다.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일자리만이 아니다. 문화, 교육, 의료, 교통, 여가와 발전의 기회가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집중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방에 충분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 양적 투자가 질적 전환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대학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 거점도시에 서울대병원에 버금가는 의료기관, 세계 수준의 초중고교와 박물관·공연장, 경쟁력 있는 기업과 연구소가 함께 들어서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적 특성에 맞는 문화·경제 기반을 집중적으로 키워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교육받고 일하며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는 서울에 무엇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지방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회와 삶의 질을 만들어야 한다. 목표는 서울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 서울 못지않은 선택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 내부의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2천600만명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 현실에서 모든 기능을 서울로 몰아넣을 이유는 없다. 인천과 경기도의 주요 도시를 자족형 다핵도시로 육성해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를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주민이 굳이 서울로 진입하지 않아도 되고 서울의 과밀도 완화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지방과 수도권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방에는 독립적인 성장축을 만들고 수도권은 서울 일극 구조에서 다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집중 구조에서 이익을 누려온 집단의 저항도 있을 것이다. 그 저항을 설득과 보상, 장기적 정책 일관성으로 넘어설 때 비로소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이라는 두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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