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인수 10년 만에 매출 15조7천억·영업이익 1조5천억 돌파한 삼성 전장·오디오 사업 성장 스토리
-ZF ADAS·마시모 오디오 잇단 인수로 자율주행·프리미엄 사운드 동시 강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도약
이재용 회장, BMW 올리버 집세 CEO 미팅/연합뉴스
[뉴스로드]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을 품에 안은 지 10년 만에 매출을 두 배 이상 키우며 ‘초일류 전장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9조4천억원을 베팅한 인수·합병(M&A) 승부수가 본격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2016년 11월 삼성전자 인수 발표 후 2017년 3월 편입이 마무리된 뒤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인수 직후인 2017년 7조1천34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10조8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15조7천833억원까지 늘었다. 10년 전 인수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천31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7%에 달해 10%에 육박하는 수익 구조를 갖췄다. 삼성 편입 이후 체질 개선과 사업 확장이 동시에 이뤄지며 ‘규모의 경제’와 기술 시너지가 본격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성장의 핵심 축은 전장 사업이다. 하만의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전장 부문 매출은 10조~1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비중은 65~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등 핵심 전장 부품 분야에서 하만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모든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선정한 세계 100대 전장 기업 순위에서 하만은 4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부문에서는 지난해 기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아우르는 이들 분야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 차량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하만은 무대 음향·전문 오디오·블루투스 스피커 등에서도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전장+오디오’ 양대 축에서 모두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만 인수는 이재용 회장이 전장을 ‘삼성의 넥스트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내린 전략적 결단에서 비롯됐다. 당시 9조4천억원(약 80억달러)에 달한 인수가는 한국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전장 부품에 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시키려던 하만의 전략과,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가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삼성의 구상이 맞물리며 대형 시너지가 예고됐다는 평가다.
현재 하만의 주요 전장 부품은 삼성전자의 5G 이동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초고속·저지연 연결성을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 내 원활한 온라인 접속, 신속한 차량 제어, 글로벌 위성 통신 연계 등 ‘커넥티드카’ 구현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하만의 전장 솔루션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인 ‘엑시노스 오토’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스마트카·스마트홈 분야의 기술·사업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하만이 80여년간 축적해온 음향 기술은 삼성의 TV·가전·모바일 제품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프리미엄 사운드 기술을 앞세운 하만의 노하우는 삼성전자 완제품의 사용자 경험(UX)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며, TV·스마트폰·가전 등에서 글로벌 1위 위상을 공고히 하는 숨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 하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와 추가 인수로 ‘2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15억유로(약 2조6천억원)를 투입해 독일 전장 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했다. ZF ADAS 사업부는 자율주행용 스마트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년 이상 축적한 방대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하만의 자율주행 통합 운용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센서·카메라·소프트웨어를 결합한 ADAS 기술은 레벨3 이상 고도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 기반으로, 삼성 하만이 전장 업계 ‘톱티어’로 올라서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유럽 내 연구·생산 거점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헝가리에 1억3천118만유로(약 2천3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연구개발(R&D) 센터와 하만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유럽 시장에서의 공급망·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디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 수성에 나섰다. 하만은 지난해 5월 미국 의료기기 업체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천억원에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B&W(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를 비롯해 데논, 마란츠, 폴크 오디오 등 세계적인 프리미엄 오디오·카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이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솔루션과의 연계를 통해 전장 사업 경쟁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하만 인수 10년을 기점으로 전장 사업이 반도체·모바일에 이은 삼성의 ‘제3의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으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 가치가 급증하는 가운데, 하만이 쌓아온 전장·오디오 경쟁력과 삼성의 반도체·통신·디스플레이 기술이 결합하면 향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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