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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재명은 억울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권태호 칼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여기저기 온갖 군데 훈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 하나를 얹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앙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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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 편집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여기저기 온갖 군데 훈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 하나를 얹는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현 지지율은 38%다. 역대 대통령의 같은 기간(취임 66주) 지지율과 비교하면, 문재인(60%), 박근혜(50%)보다 낮고, 노무현·윤석열(34%), 이명박(27%)에 가깝다. 이 대통령 지지율 추이는 다른 대통령들과 차이가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임기 초반에 최고점(이명박 52%~김영삼 83%)을 찍고, 이를 계속 까먹는 형태였다. 이 대통령은 9개월 무렵이 정점(67%)이었다. 이 시기 지지율로 비교하면, 김영삼(84%), 문재인(73%)에 이어 역대 3위다. 지방선거 이후 석달여 만에 60%대에서 30%대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진 건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과거 일반적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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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국민들은 ‘이재명’을 열망한 건 아니었다. 누가 무어라 해도 흔들리지 않을 탄탄한 지지층이나 지역적 기반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다만, ‘윤석열’을 겪은 국민들은 국정안정을 기대했다. 또 ‘문재인’ 때 온전히 이루지 못한 개혁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지지를 ‘위탁’한 것이다. 이재명은 ‘윤석열’과 대조적일 뿐 아니라, ‘문재인’과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재명에게서 ‘노무현’을 발견했다. 누구는 ‘이명박’을 떠올렸다. 이재명의 복잡계다.

‘변방 사또’ 이재명이 전국적 인물로 등극한 건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때였다. 야당 지도부조차 역풍을 우려해 머뭇거리던 초반부터 가장 먼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사이다’ 별명이 그때 붙었다. ‘성남시 3대 무상복지’, ‘계곡 정비’, ‘신천지 강제 폐쇄’ 등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결정했고, 단순·과감·화끈하게 밀어붙였고, 그때마다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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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재명에게도 이를 기대했다. 코스피 5000이 공약이었는데 1만을 향해 용솟음쳤고, 부동산도 토지거래허가제 등 이전에 누구도 못 하던 초강력 규제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미국과의 투자 협상, 대일본 관계 등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외교 분야에서도 국익 관점의 유연함이 돋보였다.

돌아보면, 그때도 위험요소가 없진 않았다. 부처 업무보고 및 국무회의 공개, ‘환단고기 논란’, ‘이스라엘 비판 엑스(X) 글’ 등 당시엔 긍정적으로 포장되기도 했던 사안들이지만, 부정적 인식도 동시에 쌓였다. 이 대통령은 28년간 보유한 경기도 성남 분당 아파트를 지난 7월 29억원에 매각했다.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먼저 넘기고 이 대통령이 17억7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7월을 넘기면 재건축 권한을 얻을 수 없는 매수인 사정을 고려한,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불법 아니고, 편법이라 할 수도 없고, 아무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다. 누구라도 이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누구라도’가 아니다. 시세보다 훨씬 더 싸게 내놓았다면 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도 팔린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집을 팔겠다고 한 건 국민들과 시장에 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 효과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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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은 1차적으로 시장에서 비롯됐다. 마냥 치솟던 주가가 급속히 흔들리고, 집값·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초기에 얻었던 점수가 거품처럼 빠졌다. 이 과정에서 발표했다 번복하는 일이 반복된다. ‘능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듯한 모습도 문득문득 보인다. 우리가 위기 시 이재명에게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 그러고 나니, 남는 건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라는 앙상함뿐이다.

여권은 지지율 하락이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정책 성과를 다시 거두면 금세 회복되리라 기대하는 듯하다. ‘바닥을 다진’ 측면도 있지만, ‘바닥을 엿본’ 측면도 있다. 그러면 실물이 흔들릴 때마다 위기가 도래한다.

이 대통령이 겪은 검찰 수사는 표적이었고, 과도했다. 대장동, 위례, 백현동, 성남 에프시(FC), 대북송금, 법인카드,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등 9건에 이르는 공소 가운데 정상적 수사 수준을 벗어난 검찰의 무리수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조작 기소가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법원에 불려다니는 고통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다. 그러나 이는 ‘공적 이유’가 아닌 ‘사적 동기’로 의심받게 된다. 대통령은 ‘사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를 풀어줘야, ‘검찰의 조작 기소’ 여부도 제대로 밝혀낼 수 있다.

이재명의 ‘사적 동기’는 이명박의 ‘사적 이윤’과는 성격이 다르다.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방어적 행동, 보기에 따라선 정당방위에 가깝다. 그러나 대통령은 범부와 다르다. 억울함을 내어주고, 신뢰를 얻으려는 절박함이 내일(18일) 기자회견의 바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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