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포용 금융 과제 놓인 4대 금융그룹①
4대 금융 이자수익, 2년 새 50조서 100조로
전체 원화 대출서 부동산 담보 비중 절반↑
이 대통령 “‘이자 놀이’ 아닌 투자 확대하라”
“생산성 높은 부문에 자본 투입해 경제 성장”
현재 금융권의 화두는 ‘생산적·포용 금융’이다. 특히 4대 금융그룹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현재 금융권의 화두는 ‘생산적·포용 금융’이다. 특히 4대 금융그룹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만큼 국내 금융권에서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상당하다. 한편, 4대 금융그룹 역시 사활을 걸고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언제까지 독보적 위치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보는 향후 변화할 금융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이들 금융그룹의 과제를 5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이뉴스투데이 홍기원 기자] 금융시장의 변동은 실제 경기 변화보다 먼저 나타나고는 한다. 주식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금융과 실물 경제의 괴리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단지 시차의 문제라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상황이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국내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란 결국 이 간극을 좁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은 총 17조9588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호실적은 비이자이익(12조7562억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으나 이자이익(42조9340억원)도 2024년 대비 2.5% 늘어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5년 전인 2021년, 4대 금융의 이자수익은 50조6973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2년 71조5191억원으로 훌쩍 치솟더니 2023년에는 100조6387억원으로 100조원을 넘겼다. 4대 금융은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자수익이 100조원에 달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4대 금융이 호실적을 달리는 동안, 국내 경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2년 국내 경제성장률(실질GDP성장률)은 2.7%였으나 2023년 1.6%, 2024년 2.0%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5년 연간 국민소득(잠정) 발표를 보면 경제성장률은 1.0%에 불과했다.
올해 역시 이와 같은 금융과 실물경제 간 괴리는 두드러질 전망이다. 4대 금융은 1분기 순이익은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한 수치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낮췄다. OECD는 “한국 등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일부 아시아 국가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부족으로 생산 활동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4대 시중은행, 부동산 담보 대출 770조 규모
4대 금융은 은행 대출 등을 중심으로 이자수익을 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금 현황을 보면 부동산 담보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770조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최근 급격히 늘었다. 국민은행은 2020년 165조2048억원에서 지난해 217조7349억원(전체 원화대출금 377조4546억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19조2105억원에서 189조9562억원(전체 원화대출금 334조2162억원), 우리은행은 129조4254억원에서 166조174억원(전체 원화대출금 300조7589억원) 하나은행은 139조3921억원에서 196조9011억원(전체 원화대출금 317조1615억원)으로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은 전체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중심의 은행 대출은 부동산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4223조1000억원으로 2024년 말보다 2.4% 늘었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잔액을 부문별로 보면 대출 2746조원, 보증 1089조원, 금융투자상품 388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의 명목 GDP 대비 비율은 158.6%나 된다. 이에 한은은 “부동산 부문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을 흘러가도록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금 현황을 보면 부동산 담보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770조원에 달한다. 지난 1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한 방문객이 휴대폰으로 아파트 단지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국내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달라”라며 “그래야 국민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진짜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을 내세우며 금융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에도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 영업 행태를 볼 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땅, 집을 담보로 이자 먹기가 주출인 게 맞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진짜 돈이 필요한 사람은 서민인데 금융기관이 돈도 많고, 담보력도 크고, 신용도가 큰 사람을 취급한다”면서 포용금융에 관한 역할도 강조했다.
한은이 29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자영업 다중채무자(대출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 대출은 이 중 647조7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59.3%를 차지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5월 인하한 뒤 계속 동결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상승추세에 있다.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4.26%로 지난해 10월(4.02%) 이후 계속 오르는 중이다. 관련해 박 의원은 “자영업 부채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보여주기식 임시 방편이 아닌 실효성 있는 연착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영국은 NWF 설립…한국은 국민성장펀드로 생산적 금융 모색
생산적 금융의 해외 사례로는 최근 영국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기은 한국산업은행(KDB) 선임연구원은 “영국 정부 및 영란은행을 장기·비유동 자산 투자 확대를 위해 기금형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등 민간과 함께 생산적 금융 로드맵을 마련하고 장기자산펀드 제도를 도입했다”라며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기금형 DC 등을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활용하고 동시에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생산적 금융 관련 4대 정책방향으로 △가치중심 의사결정·평가 △투자의 규모화 △새로운 유동성 관리 방법론 개발 △비유동 자산 접근성 향상 등을 제시했다. 또한, NWF(내셔널 웰스 펀드)를 설립해 영국의 혁신·고성장 기업에 필요한 장기 성장자본(지분 중심) 공급을 목적으로 한 BPC 프로그램의 운용기간을 연장하는등 정책금융을 강화했다.
NWF는 영국 인프라 은행(UKIB)를 확대 개편하는 방식으로 2024년 10월 설립된 펀드다. 청정에너지 전환 및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분야에 278억 파운드의 공공자금을 투입해 오는 2031년 3월말까지 1000억 파운드 이상의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100조원+a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신설해 AI 등 미래전략산업과 에너지 인파르 등에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비슷하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벤처·중소기업은 장기 지분투자 중심으로 지원하고 설비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은 초저리 대출 등으로 맞춤형 지원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기업성공의 과실을 구민과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신용의 양적 팽창과 함께 민간신용 내 기업신용 비중이 하락해 향후 성장 동력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부동산 관련 부문으로의 자본 쏠림 현상이 나타나 자본오배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직접금융을 통한 자본 조달 기능의 약화로 모험자본 공급이 제약되고 자본의 재배치 기능도 충분히 작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GDP 대비 민간신용은 지난해 2분기 현재 200.5%를 나타냈다. 보통 민간신용의 장가가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임계치는 117.2~156.5%로 추정하는 걸 감안하면 이를 훨씬 웃돌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민간신용 내 기업신용 비중은 1999년 71.1%에서 지난해 2분기 55.3%로 위축됐다.
그나마 간접금융(대출) 대비 직접금융(주식·채권) 비중은 축소되는 흐름이다. 간접금융 대비 직접금융 규모는 2017년 2.5배에서 2024년 1.8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도 은행 중심의 자본 조달 구조이나 2024년 간접금융 대비 직접금융 규모는 2.3배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간접금융 중심의 조달 구조에서는 자본 공급이 담보·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되기 쉬우며 기술·사업성 등 잠재력 기반의 자본 공급은 제약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이 외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경제성장과의 연계 약화 등으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자본시장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발전을 통해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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