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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말 속에 묻힌 우리 악기 '띵가'의 역사적 아우라

“띵가띵가 논다”라는 말이 있다. 빈둥거리면서 하릴없이 소일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띵가띵가하고 노는 주체를 대개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맥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는 약간은 비웃는 뉘앙스가 담긴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뿌리를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대구 비산농악 띵각.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공

덕흥리 고분벽화 기마 인물의 고각 중 뿔나팔.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경북 경산시 자인 상계들소리의 띵가. 필자 제공

“띵가띵가 논다”라는 말이 있다. 빈둥거리면서 하릴없이 소일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띵가띵가하고 노는 주체를 대개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맥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는 약간은 비웃는 뉘앙스가 담긴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뿌리를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경북 경산시 자인 계정 들소리의 오동나무 목나팔을 ‘띵가’라고 한다. 모내기를 하거나 논매기, 타작 혹은 공연의 시작과 전환 등에 사용된다. 이 나팔소리를 듣고 한곳으로 모이고 노래를 한다. 목나팔 뿐만 아니라 농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나발(喇叭) 등의 출처가 한통속이다. 대구 비산농악에서 사용하는 ‘띵각(고동)’도 이와 다르지 않다.

띵가는 지역에 따라 바라, 영각, 농각, 땡각(띵각), 목고동, 목덩강, 고동 등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나각(螺角)은 소라 껍데기로 만든 옛 군대 악기를 말하며 자바라 혹은 법라(法螺)라고 한다. 바라의 사전적 의미가 쥬라(吹螺), 즉 뿔(角)의 고어인 까닭에 뿔로 만드는 대각과 용도를 구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동(告東)은 나각(螺角)을 뜻하는데 각(角)과 바라 계통의 이름으로 전용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설명에 따르면, 군영에서 사용하던 나무로 만든 관악기로 목대각(木大角)의 이칭들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띵가띵가 논다는 맥락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목대각은 조선 후기 군영에서 신호나 통신에 사용하던 나무로 만든 관악기이다. 순라군의 출동과 대열에서 각 대장을 부르는 명령에 사용되었으나 오늘날 이러한 기능은 소멸되었고 일부 지역에서 농악으로 사용하고 있다. 각(角)은 고구려, 백제로부터 전승되며 각양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 기마 인물의 고각(鼓角, 흔들북과 뿔나팔)에서 볼 수 있듯이 나팔은 늘 북과 쌍으로 구성된다. 호동과 낙랑공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각(鼓角), 즉 북과 나발도 낙랑군대의 신호체계를 무너뜨려 고구려에 복속시키는 악기로 등장한다. 조선 전기 각은 지휘, 통신에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조선 후기 각은 재료에 따라 동대각과 목대각으로 구분되었다. 조선 전기에 비해 각의 역할이 미미해지고 점차 농사에 활용되면서 두레 농악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띵가’의 출처와 나팔의 아우라, 군대에서 농악까지

띵가는 대체로 오동나무 속을 파서 관대와 취구를 만들고, 끝을 나팔처럼 벌려 공명시킨다. 무황(無簧) 직취 악기라 한다. 국악기 중에서는 생황(笙簧)이 이 범주에 속한다. 나팔 혹은 나발이라고 호명하는 이 악기는 전국 농악에 편성되어 있다.

정병호의 ‘농악’에 보면, 농악의 나팔은 나무로 만든 것과 쇠로 만든 것이 있다. 나무로 만든 나팔은 주로 경상도에 많이 남아있고 호남과 충청도에는 쇠로 만든 나팔이 남아있다. 이러한 나팔은 반드시 암컷과 수컷으로 한 쌍을 이루는 것이 상례이다. 그래서 고음과 저음을 내어 음악적 조화를 이룬다. 또 쇠로 만든 나팔은 중간을 끊어서 갰다 폈다 할 수 있다. 나무 나팔은 나무를 파서 혀와 같은 것을 꽂아서 소리를 내는 것과 나팔관을 대나무로 만들어 혀를 대고 부는 것 두 가지로 구분한다. 성능은 나무 나팔보다 쇠 나팔이 나은 편이다. 전라도에서는 주로 ‘나팔’이라고 하고 경상도에서는 ‘고동’이라고 한다.

자인 들소리의 ‘띵가’가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일본, 티베트, 인도, 네팔 등 불교적인 용도, 군사적인 용도 등으로 넓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범아시아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용도의 악기가 언제부터 비하의 방식으로 변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딴따라의 함의와 불가분의 관련성이 있다고 나는 보고 있다. 대개 띵가띵가, 띵가땡가, 땡가땡가 등 의성어적 활용이 많다. 나팔(喇叭)을 ‘나발’이라고 발음하는 것도 아마 후대의 어떤 변화를 반영했다고 생각된다. ‘나발(喇叭) 분다’는 말은 당치도 않은 말을 함부로 지껄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원님 덕분에 나발 분다’는 속담 속에 일정한 의도가 숨어있다고나 할까. 자기 힘이 아니라 남(윗사람)의 덕으로 우연히 좋은 이익이나 호사를 누리게 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주로 헛소리를 할 때, 술을 마실 때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러운 것을 야단법석(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남도인문학팁

띵가띵가 엔터테인먼트와 딴따라의 계보

나는 일찍이 딴따라의 계보에 대해 두 가지 계보를 주장한 적이 있다(본지 2022. 9. 2). 타타르(조선왕조실록에서 달단족으로 검색할 수 있음)에서 탄트라(tantra)까지 이른바 엔터테이너들의 내력을 톺아본 이유가 그것이다. 그 글의 일부를 가져와 새겨본다.

띵가띵가도 마찬가지지만 자칭타칭 딴따라로 부르던 방식이나 명명(命名)은 언제,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알려지기로는 관악기 소리를 나타내는 영어 ‘탄타라(tantara)’를 우리말로 부른 것이라 한다. 해방 이후 ‘딴따라조 유행가’ 등의 용어가 사용된 점에 비춰보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랑연예의 역사가 장구하고 광범위한 것임에 비춰보면 너무 소극적인 인용이자 해석이다. 광대, 재인 등 수십 가지가 넘는 유랑예술의 계보가 고작 영어의 관악기 의성어로 집약되었을까? 오히려 각설이, 풍각쟁이 등의 출처가 되는 유랑연예 타타르에서 비롯되거나 영향을 받은 호명 아닐까?

이 달단족의 출처와 내력에 대해서는 내 이전 글들에서 여러 차례 다루었으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방불교라고도 하는 밀교 계통의 탄트라(tantra)까지 소급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기왕의 학설이나 주장들이 의기소침하고 폐쇄적이며 소극적인 게 많다. 딴따라의 계보에 대해서 아직 이렇다 할 연구를 본 적이 없고 띵가띵가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다. 가히 세계를 공명하는 웅숭깊은 계보, 고대로부터 지금의 K-컬처에 이르는 우리 연예의 주역들에게 그 위상에 맞는 이름을 부여하는 일 말이다.

현대의 가장 으뜸 딴따라가 BTS라는 점에서 내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고 가십성 화제가 아닌 아정(雅正)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발음이 비슷하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설령 영어의 탄타라를 일정한 시기에 인용한 호명이라 할지라도 역사이래 훨씬 더 많은 시간, 타타르나 탄트라의 연행이 광범위했다는 점, 그래서 서로 영향을 받았을 맥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

띵가라는 악기가 고대의 각(角)에서부터 비롯되었고 군사적 용도나 의례 행진 등에 사용되다가 점차 농사용으로 다시 두레풍장에서 농악에 채용되면서 오늘날의 전승 내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띵가띵가 논다’라는 비하적 와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비생산성 맥락으로 대하던 관성이랄까. 이 시선은 오늘날의 시대상황과 전혀 맞지 않으니 말이다. 더욱이 AI문명 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지금 ‘띵가띵가’하고 유희하거나 연행하는 놀이를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확장시켜야 하지 않겠나.  요한 하위징하는 ‘호모루덴스’에서 인간 문명의 근원에 놀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 자체가 놀이 안에서 생성된 것이며, 법, 제의, 예술, 경기, 축제, 언어, 심지어 전쟁이나 종교까지 놀이의 일환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싸목싸목 언급하겠지만 방탄소년단의 생산력은 이러한 띵가띵가 노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이름도 빛도 없는 저 수많은 딴따라들과 띵가띵가 문화가 없이 어찌 BTS가 존재하겠는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자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문화정책과 방향을 이러한 기초와 토대를 탄탄하게 하는 쪽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딴따라들이 띵가띵가 노는 것이야말로 미래지향적 생산이라는 점,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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