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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이슈&워치] 삼성전자 시총 ‘1조달러’ 개막…2년6개월만 대반전 썼지...

당장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부지 조성 투자를 재개했고, 마이크론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슈&워치] 삼성전자 시총 ‘1조달러’ 개막…2년6개월만 대반전 썼지...

1분기 매출 13.3조…역대 최대치 실적 달성

2023년 경쟁력 약화…DS부문 15조원 적자

‘HBM4’로 AI 패권 주도…시설투자도 확대

이달 노조 총파업 변수… “45조원 성과급 달라”

삼성전자.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삼성전자가 6일 아시아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입성하며 글로벌 반도체 최고 기업의 위상을 되찾았다. 지난 2023년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가 암흑기를 뚫고 2년6개월 만에 일궈낸 대반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내부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제대로 올라타면서 올 한해 역대급 실적과 시총 1조달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동조합의 사상 초유 총파업 예고로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최악의 실적 암흑기 뚫고 시총 1조달러 시대 개막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 43%, 영업이익은 185%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756% 폭증했다.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다. D램은 비트그로스 4%, 평균판매가격(ASP) 94%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 41조7000억원, 영업이익률 78%를 기록했다. 낸드 역시 비트그로스 10%, ASP 93% 상승으로 영업이익 13조1000억원, 영업이익률 65.4%를 나타냈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총 53조7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66%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 견줄 수준에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매출액 670조원, 영업이익 339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320조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삼성전자가 전대미문의 역사를 쓰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초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도체 불황으로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DS 부문은 2023년 14조88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연결 기준으로는 연간 영업이익 6조5670억원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본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돼 적자 상태였다.

삼성전자의 2023년 별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영업수익(매출)은 170조3741억원으로 전년(211조 8675억원) 대비 약 20% 감소했다.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를 차감한 영업손실은 11조5263억원으로, 본사 단독 기준으로는 1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별도 영업이익이 25조319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약 37조원 가까이 이익이 증발한 셈이다.

별도 재무제표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종속회사 실적을 연결하지 않고 삼성전자 본사만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 등 삼성전자가 직접 영위하는 사업의 수익성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본업의 수익성이 줄어들었는데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25조3971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종속회사들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있었다. 2023년 기타이익 합계는 29조6433억원인데, 이 중 배당금수익이 29조969억원으로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전년도 배당금수익이 3조952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7.4배 급증한 수치다.

이와 함께 법인세 항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별도 기준 법인세비용은 7조8656억원으로, 세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환급을 받는 형태로 잡혔다. 본업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이연법인세자산이 크게 증가했고, 이것이 법인세 수익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도 재무상태표상 이연법인세자산은 2022년 2조1425억원에서 2023년 9조9314억원으로 약 4.6배 급증했다.

2023년의 별도 기준 손익 구조를 결과적으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본업에서 11조5000억원을 잃고, 종속회사 배당으로 29조1000억원을 벌고, 세금 환급으로 7조9000억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대규모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7조6000억원이 나가고, 기타손실 4000억원도 빠져나가면서 최종적으로 25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배당으로 29조원을 받고도 순이익이 25조원에 그친 이유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시설투자를 지속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Open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전자

◆슈퍼사이클 ·‘HBM4’ 기술 초격차 대투자·정부 지원 3박자가 이끈 대반전

이후 2년6개월 만인 2026년 삼성전자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은 주가 고공행진으로 시가총액이 불어나면서 삼성전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기업이 됐다. 글로벌 전체로는 11위로, 월마트(1조400억달러)와 버크셔 해서웨이(1조달러)보다도 앞섰다.

대반전을 이끈 핵심은 무엇보다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포함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데 있다. 특히 이번 호황이 과거 스마트폰·PC 교체 수요가 이끌었던 호황 패턴과 다르다는 점에서 호황 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지는 ‘슈퍼 사이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AI용 HBM은 일반 D램 대비 5~10배 높은 ASP를 유지하고 있으며, HBM 제조는 일반 D램 대비 3~5배 긴 리드타임과 복잡한 공정을 요구해 급격한 공급 확대가 불가능하다. 범용 D램도 함께 뛰었다.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는 전분기 대비 90% 이상 폭등했으며, 증권가는 올해 연간 D램 ASP가 전년 대비 20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삼성전자가 이 슈퍼사이클을 마냥 즐긴 건 아니었다. 한때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34.4%)는 33년 만에 SK하이닉스(36.9%)에 글로벌 D램 시장 1위 지위를 내줬다. 같은 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2%로, 삼성전자의 17%를 압도했다.

패인은 기술적 실수였다. HBM3E까지 삼성은 기술적 이슈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렸고, 삼성은 HBM3E에 적용되는 1a부터 HBM4에 들어가는 1c까지 전면 설계 개선에 뛰어들었다.

반전은 6세대 HBM인 ‘HBM4’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HBM 코어다이 제작에 도입하며 기술 차별화에 성공했고, 업계 최고 성능인 11.7Gbps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엔비디아는 HBM4의 최종 퀄 테스트(품질검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1분기부터 납품받기 시작했다. HBM3E 때 삼성이 엔비디아 승인에 일희일비하던 상황이 한 세대 만에 역전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189% 증가한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중견기업은 기존 15%에서 20%,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확대됐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 기한도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됐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총파업에 중장기 경쟁력 약화되나

업황과 투자, 정부 지원이란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37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도 단기간 내 10조~30조원, 장기화할 경우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도 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으로 18일 생산이 멈출 경우 20조~30조원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임을 감안하면 하루 약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의 파업이 생산 차질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 한시가 바쁜 상황이다. 글로벌 수요에 맞추기 위해선 설비투자가 불가피하고,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4공장(P4) D램 라인을 늘리고 신규 5공장(P5) 핵심 설비 공사에 착수하는 등 설비 규모 확장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파업에 일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고객 이탈은 물론 납품에도 차질이 생긴다.

당장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부지 조성 투자를 재개했고, 마이크론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노조가 파업을 통해 생산을 지연시킨다면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로 생산 물량을 이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노조가 계속해서 생떼를 부리면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져 경쟁력이 약해지고, 결국 이로 인해 기업이 사라진다면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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