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위키
[비즈월드]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금통위의 5월 기준금리 결정 전망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밝혔다. 그는 1년 이상 유지됐던 '비둘기파' 통화정책에 변화의 여지를 내비치며, 특히 이란 이슈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향후 금리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위원은 2월 통화정책 결정 당시에 이란 변수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5월 발표 예정인 11월 조건부 금리전망이 이전과 다를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수형 위원은 이란에서 비롯된 지리적 위험이 한은의 핵심 과제인 물가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견해를 전제로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파가 국내 물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제 유가는 올해 2월 브렌트유 배럴당 64달러에서 최근 100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역시 16일 기준 129.9달러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픽 퓨리' 작전 등으로 중동 긴장이 심화되면서 석유, LNG, 납사와 같은 주요 원자재의 공급 불확실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유가 급등이 단기 현상으로 그칠지, 장기화될지가 한은의 최우선 고민거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짓긴 어렵다며 금통위원 전원이 오는 다음 통방까지 각종 경제지표를 면밀히 관찰하며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최근 효과에 대한 점검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3.5%에서 2.5%로 1%포인트 인하했으나, 내수 소비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수형 위원은 '영끌족' 급증, 인플레이션 위험,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등 우려보다는 내수경기 둔화와 이자부담을 고려해 지난해 10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를 본격화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내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뒤처졌으며, 금리를 더 인하해도 목표한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주체의 차이와 심리적 요인 등으로 인해 초저금리 정책이 오히려 소비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외국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전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0.4% 줄었고, 기업 법인카드 사용 규모도 감소했다.
고용시장 상황 및 통화정책의 한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민간소비 확대를 도모하는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핵심 연령대의 고용 증가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지적이다. 이수형 위원은 경제주체들이 통화정책 신호에 즉각 반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AI, 간편결제 등 신기술 도입으로 경제구조 변화가 빨라지고 있으나 최신 통계 및 경제모형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보다 정교한 분석 수단의 보완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산업별, 지역별, 연령별로 체감 경기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평균값 중심의 분석으로는 정책 효과 측정에 한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노동시장에서도 실업률 등 거시지표는 안정적이지만, 실제 채용연계형 인턴제 등 질적 변화와 소비 성향 변화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짚었다. 가계대출의 경우 신규 대출금리가 하락했으나, 차주 특성별 금리 변동성을 정밀하게 추적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수형 위원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의 사례를 언급하며 가계부채 전 계층의 실시간 추적, 계층별 인플레이션과 소득·고용지표의 선진적 데이터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외 주요 자산인 주식과 부동산의 장기 수익률 평가와 금융중개 지원대출제도의 보완 과제도 과제로 지목했다. 원화 변동성과 약세 현상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은행 차원에서 시장 우려 해소를 위한 정책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비즈월드=김다혜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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