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전 검찰총장 사외이사 재선임…부산저축은행 수사라인 정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에 특혜 논란 여전…'삼생법' 가시화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지주사 전환 실제 타진…금융위 허가 필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요약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면 총자산의 3%를 넘는 초과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너일가가 삼성금융에 대한 지배력 유지 및 공고화를 위해 삼성카드를 비롯한 금융 계열사를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대정부 협상력을 높이고 지배구조 재편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요구된다. 삼성카드가 기존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검찰총장 출신의 이사를 여전히 중용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행보를 위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삼성카드는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삼성카드 측은 "김 후보자는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역임 후 2014년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이며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을 지내며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을 두루 보유한 인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이 67.5%로 가장 낮았다. 김 이사를 선임하는데 대해 일부 주주들의 반감이 분명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정책에 힘입어 이날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전보다 222.43% 급등한 것과 달리 삼성카드는 38.59% 상승하는데 그쳤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김 이사는 지난해 삼성카드의 의결사항에 대해 한번도 반대 의견을 피력한 기록이 없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결국 금융업 본연의 역량 강화를 통해 금융시장 내 성과를 이끄는 것보다 대관 등 다른 역할을 도맡았다고 보여진다.
김준규 이사는 앞서 선임 당시에도 금융 업력보다는 검찰총장 이력이 주목됐다. 물론 김 이사의 검찰총장 시절 행보를 보면 현재의 정치 지형과는 결이 다른 인물로 평가된다. 김 이사는 지난 2011년 검찰총장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크게 양보한 합의마저 파기됐다"며 검찰 뜻에 반해 입법이 이뤄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하기도 했다.
통상 대기업이 검찰 출신 사외이사를 기용하는 이유는 국가 권력이 움직이는 방식과 법집행의 언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점이 주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런 점에서 김 이사는 검찰총장 당시 국회의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해본 이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여·야의 굵직한 인물들이 거론된 부산저축은행그룹 사건 수사라인의 정점에 자리했다는 점은 대관력의 작동 원리가 입법, 행정 권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이사는 뛰어난 카드로 여겨진다.
김 이사가 2011년 대검 중수부를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비리 커넥션을 수사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수2과장이었다.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사건의 수사 라인 일선과 정점이 함께 했다는 얘기다. 김 이사는 2009년 총장 취임과 함께 대구지검 부장검사였던 윤 전 대통령을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에 발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삼성카드의 또 다른 사외이사인 최재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소속 기획분과위원장 이력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지근거리에서 손발을 맞췄다는 의미다. 최 이사 역시 정계와 법조계 이력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삼성카드의 대관력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초일류기업인 삼성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검찰은 물론 여야 정국을 아우를 수 있는 대관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것이다.
삼성은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사전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 금액이 유배당 계약자의 배당에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이재용 회장이 금융계열사 지배력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불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냥 과거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차익이 생겨도 유배당계약이 결손이라서 배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기업가치 부양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자사주 914만주에 대해 처분 생각이 없다고 공시했다. 이 경우 지분 매각 차익과 자사주는 '삼성금융지주' 전환 시나리오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삼성카드 지분율은 대주주인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71.87%과 자사주를 더하면 8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피합병 결의를 위해선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하지만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지분이 80%에 달하는 경우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해당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을 당시와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을 요청했던 시점이 맞물린다. 삼성그룹내 현 지분 구조에서 금융지주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평가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전 소장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등의 지분을 매입하는 등 삼성그룹 금융회사들에 대한 지분정리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은 사실이며 이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필연적인 과정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원칙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삼성에는 보다 유리하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굉장히 여러 가지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입법 정책적으로 일단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앞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화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존경하는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임 전 위원장보다 더 쉬운 상대를 카운터파트로 맞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재천 기획분과위원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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