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래 인천 남동구청장이 주민이 체감하는 구정과 남동산단의 체질 개선 등 민선 9기 구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인천 남동구
이병래(63) 인천 남동구청장에게 지난 4년은 지역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났고 특수용접 자격증을 따 공장에서 쇳가루를 뒤집어쓰며 일하기도 했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에 이런 현장 경험이 더해지면서 민선 9기 구정의 기준도 더욱 분명해졌다. 공약의 숫자나 외형적인 성과보다 주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 구청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약 이행률이나 사업 개수 같은 숫자보다 구민들이 ‘우리 동네가 참 살기 좋아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두 번의 출마 끝에 기회를 주신 구민들의 믿음에 진짜 삶의 변화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의 삶의 궤적에는 인천에서 보낸 38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만석동 대우중공업 연구원으로 인천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학원장을 거쳐 제8대 인천시의원으로 활동하며 기획행정위원장을 지냈다. 2022년 남동구청장 선거에 처음 도전했지만 낙선했고 4년 뒤인 올해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구청장이 된 뒤에는 주민 참여를 구정 운영의 한 축으로 삼았다. 구청장보다 ‘구민’을 앞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자치행정과를 신설하고 민관 협치 조례를 마련해 주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시절 예산을 다뤘던 이 구청장은 취임 직후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 살림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구청장은 “생각보다 구 재정이 녹록지 않다”며 “전시성 예산 낭비를 철저히 차단하고 꼭 필요한 주민 복지와 기반시설에 한정된 재원을 우선 투입하는 등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살림을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재원은 국·시비 공모를 통해 외부 재원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지역경제의 심장인 남동산단의 체질 개선은 이 구청장이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다. 대우중공업에서 부품 국산화 개발을 담당했고 낙선 뒤에는 공장에서 직접 용접봉을 잡았던 만큼 제조 현장과 기업의 현실에도 익숙하다. 그는 전통 제조업에 바이오 원부자재,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미래차, K뷰티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접목할 계획이다. 관내 제조 기반을 활용해 공동브랜드와 ‘K뷰티 스트리트’를 조성하고 연구개발부터 생산·소비·관광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골목상권 활성화도 주요 과제다. 학원을 운영하며 인천학원연합회장을 지냈고 시의회에서는 ‘지역경제선순환연구회’ 대표와 ‘인천e음’ 1기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소상공인지원센터와 남동e음을 연계해 소비가 다시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구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산단과 골목상권에 이어 도시 공간의 변화에도 힘을 싣는다. 원도심에는 도시정비 전담부서를 신설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를 지원하고 사업 지연과 갈등을 줄일 방침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녹지와 해안 자원을 하나로 잇는다. 만의골과 인천대공원에서 장수천,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포구를 거쳐 해오름공원까지 ‘생태·관광벨트’를 만들어 나들이 코스를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주민의 일상을 받치는 복지망도 촘촘히 한다. 살던 동네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남동형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이동약자와 어르신을 위한 무장애 도시 인프라도 확대한다.
이 구청장은 임기를 마친 뒤 구민들이 남동구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시의회에서 다진 입법 전문성과 연이은 도전 끝에 구청장실에 들어왔을 때의 초심을 단 하루도 잊지 않고 있다”며 “화려한 말보다 약속한 공약을 묵묵히 실천해 임기를 마칠 때 구민들께 ‘남동구에 사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래 인천 남동구청장이 민선 9기 구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인천 남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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