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장·사회복지학 박사
올해 명절은 평소와 달랐다. 가족과 둘러앉아 차례 음식을 나누는 대신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명절 연휴를 보냈다. 아버지의 병환 때문이었다.
대학병원에서 맞은 명절은 낯설었다. 병원 복도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사람들이 오갔고, 의료진은 명절이라는 이유로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추석의 풍성한 상차림을 나누며 연휴를 보내는 시간에도 응급실을 찾은 급박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고, 누군가는 중환자실에서 보호자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명절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쉬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는 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절의 평온함 뒤에는 명절에도 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응급실과 병원의 의료진,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돌봄 종사자, 경찰과 소방관, 교통·시설 관리 인력, 배달과 운송 노동자까지. 우리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명절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과 떨어져 다른 사람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로 돌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명절에도 작동하는 돌봄’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노동을 너무 쉽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명절이라는 이유로 서비스가 멈추지 않기를 기대하면서도, 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의 삶과 노동에는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병원과 약국은 명절에도 문을 열어야 하고, 돌봄은 연휴라고 중단할 수 없으며, 응급상황은 달력의 빨간 날을 피해 찾아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버지를 살피는 의료진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고, 누군가의 부모를 돌보는 요양보호사에게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따뜻한 명절’의 반대편에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가족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명절은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서로의 삶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명절에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권리와 적절한 보상, 안전한 노동환경이 보장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명절 밥상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올해 명절, 병원에서 그 사실을 직접 마주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지나쳤던 병원과 돌봄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명절에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사실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면을 빌려, 명절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가 명절의 의미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그 시간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의 수고까지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장·사회복지학 박사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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