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I 생성
중동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주력 제조업 전반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화학은 물론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중동 사태의 1차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정유·석유화학 업계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미 원유 도입 중단 우려와 운송비 폭등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극심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료 조달 단절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사실상 가동 중단 벼랑 끝에 몰렸다.
무엇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Naphtha) 공급 차질이 치명적이다. 원유의 약 70%, 나프타의 약 5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 지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석유화학의 위기는 곧바로 전방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플라스틱 내·외장재와 타이어 생산 원가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치솟는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이 환차익을 모두 상쇄해 최종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2·3차 부품 협력사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민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정밀화학소재 조달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자칫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될 경우 반도체 생산 일정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건설 경기도 석유화학 기반의 핵심 건축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층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건설사 수주 잔고의 약 40%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어, 중동 현장 인력 철수와 막대한 공사 대금 회수 지연으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 등 범국가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해 공급망 위기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자재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고 국내 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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