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28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그대로 전이되는 만큼, 민생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100 기준)는 169.38로 전월(145.88)보다 16.1% 올랐다.
이는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물가 폭등을 주도한 것은 단연 에너지였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 중 원유 등 광산품(44.2%),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37.4%)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세부 품목에서는 원유(88.5%), 나프타(46.1%), 제트유(67.1%) 등이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원화 기준 원유 품목 지수는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계약통화 기준 상승률(83.8%) 역시 제1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4년 1월(98.3%) 이후 5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0달러에서 3월 128.52달러로 한 달 사이 87.9% 뛰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86.64원으로 2.6% 상승하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원재료 공급 차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 수출물가지수도 전월보다 16.3% 높은 173.86을 기록했다. 수입물가와 마찬가지로 1998년 1월(23.2%)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경유(120.7%), 제트유(93.5%), 에틸렌(85.8%) 등 석유·화학제품과 더불어 D램(21.8%), 플래시메모리(28.2%) 등 반도체 가격 상승이 지수를 견인했다.
교역 조건은 개선 흐름을 보였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113.69)는 1년 전보다 22.8% 상승했는데, 이는 수출 가격(23.4%)이 수입 가격(0.5%)보다 더 크게 오른 결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168.61) 역시 수출물량지수(23.0%)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동반 상승하며 1년 전보다 50.9% 높아졌다.
4월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 팀장은 “4월 들어 두바이유 가격이 일부 하락했으나 환율은 여전히 상승세”라며 “미국과 이란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고 원자재 공급 차질 해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워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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