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메모리 공정 글로벌 소재 의존 구조
카타르·이스라엘 공급망 흔들리면 헬륨·브롬 가격↑
유가·전기료까지 변수..삼성전자·SK하이닉스 원가 압박↑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조 공정별 핵심 소재 및 글로벌 공급망(SCM) 현황 분석도. /이미지=2026.3.13.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AI생성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상당수가 중동 지역과 연관돼 있어 전쟁 장기화 시 제조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원자재 수급 상황을 점검하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금 당장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과 물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HBM 공정 곳곳에 얽힌 글로벌 소재 공급망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는 웨이퍼 제조부터 회로 형성·식각·적층·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비가 필요한 산업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형성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기판 역할을 하는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PR) 역시 일본 기업 의존도가 높다.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네온(Ne) 가스는 우크라이나와 중국에서 주로 공급된다.
HBM 적층 공정에서는 브롬 기반 화학물질인 브롬화수소(HBr)가 핵심 식각 가스로 사용되며, 웨이퍼 냉각 과정에는 헬륨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가운데 브롬과 헬륨은 중동 지역과 밀접하게 연결된 소재로 꼽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부 핵심 소재를 중동 지역에서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헬륨의 경우 국내 수입량의 약 64.7%가 카타르에서 들어온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를 냉각하고 열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가스로 현재 뚜렷한 대체 소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브롬 역시 대부분을 이스라엘에서 들여오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동 조달 핵심 소재 수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생산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인 헬륨 등은 국내 수요의 90%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은 단기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헬륨 공급망을 이미 다변화했고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회사가 지금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있어 회사 측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가스 전문 매체 가스월드(Gasworld)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약 6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헬륨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중동 분쟁 여파로 카타르 에너지 기업의 생산시설 가동이 영향을 받을 경우 글로벌 헬륨 공급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필 코른블루스 헬륨 컨설팅 전문가는 "헬륨 공급 차질이 최소 3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물류 정상화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롬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 정보 플랫폼 아바치(Abachy)에 따르면 한국은 브롬 수입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으며, 브롬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브롬화수소(HBr)의 핵심 원료로 활용된다.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반 적층 기술을 사용하는 HBM 생산에서는 브롬 기반 식각 공정의 중요성이 높다.
유가·전기료 상승까지..반도체 원가 압박
이란 전쟁은 소재 공급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또 다른 변수도 안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가동되는 대표적인 전력 집약 산업이다.
유가 상승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제조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도체업계는 유가 인상이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이란 전쟁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가스 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품목은 중동 의존도가 낮아 한국 반도체 공급망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반도체 제조 검사부품·장비는 미국 대체 수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측정·검사기기, 브롬·헬륨 등 14개 품목이 중동 의존도가 높다"며 "국내 생산과 재고 활용, 대체 공급망 확보 등을 통해 국내 공급망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일본 화이트리스트 규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공급망을 상당 부분 다변화했다"며 "글로벌 협력업체 공급망이 충분히 갖춰진 상황이라 가스 공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물류 운송이 전부 항공으로 이뤄진다. 해상 의존도가 없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반도체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6개월 이상 전쟁이 길어질 경우 소재 가격 상승과 전력 비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3월 11일,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국경 근처 라스 알 카이마 북부에서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근처의 걸프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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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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