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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남도록 환경 조성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남도록 환경 조성

정부 ‘지역의사제 도입’…필수의료 현실·정책 방향은

정책 취지, 道 단위에 맞춰져

대구서 수련 받은 후 경북으로

지속적 역량 유지·활용 어려워

일정 기간 지나면 대도시로 이동

대구 수련병원 ‘한계 상황’

교수들이 외래·야간당직까지

교육·연구 기능 역시 크게 위축

정원만 늘릴 경우 교육 질 저하

단순 의사 수 부족 문제 아냐

필수의료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돌보는 모습.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양성된 의료 인력이 경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수련 환경과 의료 인프라 간 격차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의사가 복무 기간 중 이탈하거나, 의무복무 종료 후 더 나은 진료 환경을 찾아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도 유사 제도 시행 이후 이탈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이 근거로 언급된다.

지역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한 ‘의사 수 부족’이 아닌 ‘남을 이유가 없는 환경’으로 진단한다. 의무적으로 묶어두기보다, 신뢰와 보상을 기반으로 자발적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경북 의사회, 수련병원 관계자 등을 통해 지역 필수의료 분야 현실과 정책 방향을 짚어봤다.

◇수련은 대구, 근무는 경북…“인력 배치만으로는 한계”

지역의사제는 대구에서 수련을 받은 의사를 경북 지역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의대 교육과 학생 선발은 교육부가, 의사 면허 취득 이후 수련과 인력 배치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국가 중심 체계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 범위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운영 역시 국가 주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7~2031학년도 5년간 의대 정원 3천342명을 확대하고, 전원을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5개 의과대학 정원도 단계적으로 늘어나 2027학년도 72명, 이후 최대 90명 수준까지 확대된다.

다만 이들 모두 경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유력해지면서, 대구는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도 확보하지 못하는 ‘유출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대구 역시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있는 만큼 일부 지역 내 배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책 취지가 도 단위 의료 공백 해소에 맞춰져 있다”며 “세부적인 운영 방식과 배치 기준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과 근무가 분리되면서 습득한 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활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도서산간이나 군 지역은 의료 수요 자체가 적고 인프라도 부족해 필수의료 전문의가 정착하기 어렵다”며 “실제 진료 활성화보다는 환자 이송 중심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도시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산부인과나 외과 등 필수 진료과는 장비와 전문 인력, 협력 진료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운영이 가능하다. 단순한 인력 배치만으로는 의료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시설 투자뿐 아니라 간호·행정 인력을 포함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지역의사제 핵심인 10년 의무복무에 대한 회의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북은 업무 강도는 높은 반면 환자 수는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는 의료진 처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 단위 의료취약지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이길호 경북도의사회 회장은 “현재 근무 중인 의료진들의 처우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의사가 장기적으로 머무를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지역의사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한 인력 확대나 강제 배치 중심 정책은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련병원 필수의료 고사 위기…늘어난 학생 감당되나

대구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를 떠받치고 있는 수련병원 현장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지역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에 따른 인력 확충과 별개로, 현 구조가 유지될 경우 필수의료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 수련병원 내과·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 교수들은 외래와 입원 진료에 더해 야간 당직까지 수행하며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여기에 늘어난 학생들의 수련까지 겹치면 업무 부담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지언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장은 “대부분의 필수의료과에서 교수들이 진료와 당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며 “인력 부족이 심각해 24시간 진료체계 유지에도 제한이 많고, 교육과 연구 기능 역시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권상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대외협력처장도 “당직 교수들의 피로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증원을 감당할 준비가 부족하다”며 “수련 인프라 확충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릴 경우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27년에는 유급생과 24·25학번 복귀생, 지역의사제 증원 인력까지 겹치며 교육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의대 교육 단계에서부터 과밀이 불가피한 구조로, 이 같은 부담은 수련 현장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수련 환경 악화는 결국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더라도 필수의료 대신 인기 진료과로 인력이 쏠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의무복무 이후 수도권이나 미용 등 비필수 분야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년 추가 의무복무를 하더라도 비필수의료 인기과를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상훈 처장은 “단순한 근무지 고정이 아니라 환자 민원과 소송 부담을 줄이고, 필수의료 인력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필요하다”며 “지역 내 연구·교육 인프라와 안정적인 근무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자발적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언 학장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필수의료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이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 적절한 보상과 안정적인 직장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의사회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남지 않는다”

지역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한 의사 수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의료인을 둘러싼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 사회적 인식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낮은 수가와 높은 의료사고 부담, 지역 간 의료 인프라 격차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늘어난 인력 역시 수도권이나 비급여 중심 진료 분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해법은 △정주 여건 개선 △필수의료 수가 현실화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의료인에 대한 존중 기반 확립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길호 경북도의사회 회장은 “의무복무는 일정 기간 인력을 유지하는 효과는 있지만, 이후까지 지역에 남게 할 유인은 부족하다”며 “특히 응급·외과·산부인과 등 고위험 분야에서는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이 커, 지역에서 근무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 등 ‘삶의 질 전반’을 고려한 지원을 통해 의사들이 의무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남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의사회는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의사를 규제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는 한 필수의료 인력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 인력 문제는 의사에 대한 불신과 규제 중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의대 정원 확대나 지역의사제 등으로 의정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 불신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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