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학교 통합 쟁점 정리
정부, 자운대에 육해공 통합학교 추진
“전문성 갖춘 뒤 합동성 키워야” 반론
특정 군 지원 쏠림·성적순 배정도 난제
선발·교육과정·시설 계획 검증 필요
정부가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를 국군사관학교 하나로 합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창원시 진해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존폐·이전 문제는 지역의 이해와 맞닿아 있으니 이 같은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해사 이전 문제는 국가 안보와 장교 양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부터 따져봐야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정부 계획과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에서 보듯 현대전은 이미 드론과 인공지능(AI)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우주·사이버전이 결합한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하려면 사관생도 때부터 다른 군을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삼군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일은 다른 문제다. 초급장교가 소속 군과 병과의 전문성을 갖추기도 전에 공통교육을 확대하면, 오히려 군별 전투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합 선발 뒤 어느 군으로 보낼 것인지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1·2학년 공통교육…“미래전 이끌 장교 양성”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당정협의회에서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육·해·공군학부를 두고 1·2학년은 AI·합동작전 등 공통교육, 3·4학년은 군별 특화교육을 받는 구조다. 정부는 10월 세부계획을 내고 연내 설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국방부는 우주·사이버·전자기 등 AI 기반 전장 대응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수진과 시설 통합으로 교육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간 교수 비중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운대를 국방교육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통합 선발 방식과 군별 배정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모집 인원 확대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전쟁 양상이 지상·해상·공중 중심에서 네트워크 기반으로 변화한 만큼, 생도 단계부터 합동작전 이해를 높이기 위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장교 양성체계가 사관학교를 합쳐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지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온다.
강호증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재 체계가 양성 과정, 병과 유형별 초급과정, 영관급 합동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사관학교와 장교 양성기관에서 기본 소양을 익히고, 임관 뒤 병과학교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다음 계급과 임무가 높아지면서 다른 군을 이해하는 교육을 받는 방식”이라며 “큰 틀에서 장교 양성체계에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20일 해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최은주 기자
전문성 없는 합동성 가능한가
통합의 핵심 쟁점은 생도 단계에서 합동성을 얼마나 가르칠 것인지다. 합동성이 중요하더라도, 소속 군과 병과를 이해하는 전문성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내 분야의 내공을 쌓은 뒤 다른 군과 합동하고 외국군과 연합하는 능력으로 확장해가야 한다”며 “현재 사관학교 교육과정은 민간인을 군인과 장교로 만드는 기본교육만으로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육해공군의 세부 작전교육까지 넣으면 어느 한쪽도 충분히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통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관과 전쟁사, 군사전략 등은 육해공군 생도가 함께 배울 수 있다. 다만 공통과목을 확대하는 것과 군별 교육과정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강 교수는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공통 교재와 온라인 강의, 학술교류, 생도 상호방문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같은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공통된 안보관과 작전 개념을 배울 수 있고, 각 군의 교육목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동성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비역 장교들도 초급장교 때에는 ‘전문성 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육군 예비역 중령 ㄱ 씨는 소위로 임관하면 곧바로 병과 유형별 보수교육을 받고, 소대장과 중대장 등 계급과 직책에 맞는 교육을 차례로 밟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군은 보병·포병·기갑·공병·통신·정보 등 병과가 세분돼 있어 초급장교가 자기 임무를 익히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합동작전은 소령·중령급 이상 지휘·참모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해군은 교육환경 자체가 다르다. 해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대령 ㄴ 씨는 해군 장교가 바다와 함정, 정비시설, 해군부대를 가까이에서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사 생도는 1학년 때 해병대와 육상부대를 경험하고, 2학년에는 정비창 등 해군부대, 3학년에는 국내 연안 항해, 4학년에는 국외 순항훈련을 거친다. 진해라는 장소가 단순한 학교 부지가 아니라 4년간 이어지는 단계별 해양교육의 기반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상황에서 협조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사람을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 합동성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합동성을 높이려면 중령급 장교가 배우는 합동참모대학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공군도 선발 단계부터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 공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대령 ㄷ씨는 전투기·항공기 조종 인력을 고려해 공사는 신체 조건과 항공생리 적합성 등을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통합 선발한 뒤 군을 나누면 공군이 요구하는 신체·적성 기준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는 “공군 초급장교는 대위나 소령 초반까지 비행과 전투기 운용 능력을 집중적으로 쌓는다”며 “4년 동안 공군 교육을 받아도 전문성을 완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통교육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군 대학과 합동참모대학, 국방대학교 등 기존 교육기관을 활용해 계급별로 합동성을 높이는 편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16일 정부가 ‘통합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으로 통합 이전될 것으로 보이는 청주 공군사관학교 정문 모습. /연합뉴스
어느 군으로 보낼 것인가
전문교육 못지않게 복잡한 문제는 통합 선발 뒤 군별 배정이다. 현재 육사·해사·공사 지원자는 입학 전부터 자신이 복무할 군을 선택한다. 바다와 함정에서 근무하려는 지원자는 해사로, 전투기 조종이나 항공 분야를 꿈꾸는 지원자는 공사로 간다.
하지만 앞으로 설립할 국군사관학교에서 생도를 함께 선발한 뒤 군을 나누면 특정 군으로 지원이 몰릴 수 있다.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으면 성적이나 별도 평가로 배정해야 하고, 지원자가 부족한 군에는 희망하지 않은 생도를 보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강 교수는 “대학에서 인기 전공과 비인기 전공을 하나의 학부로 묶은 뒤 전공을 나눌 때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며 “사관생도도 같은 방식으로 선발하면 선호도가 높은 군으로 지원이 몰리고, 다른 군은 장교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족한 인원을 강제로 배정하면 생도의 적성과 진로가 맞지 않아 적응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군 예비역 대령 ㄷ 씨도 군별 배정 문제가 통합안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비판했다. ㄷ 씨는 “공군 안에서도 비행성적에 따라 전투기 기종과 근무지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육해공군 배정까지 성적으로 나누면 특정 군이 서열화될 수 있다”며 “반대로 성적이 아닌 개인 희망을 따르더라도 군별 정원을 맞출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해군 예비역 대령 ㄴ 씨도 해사와 공사 지원자 대부분이 각각 함정근무와 조종사를 목표로 학교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군으로 보내면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에 군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군별 인원을 정해 선발하면서 공통선발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선발 인원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각 군에 배정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정 군 쏠림과 원하지 않은 군 배정,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공청회와 정책설명회를 거쳐 10월 세부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군사관학교 통합은 학교 세 곳을 한 곳으로 옮기는 행정 개편이 아니라, 장교를 어떤 기준으로 뽑고 언제부터 군별 전문교육을 할지 결정하는 장교 양성체계 개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현실성은 합동교육 필요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각 군의 전문성을 지키면서 합동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통합 선발과 군별 배정에서 생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육군사관학교 전경. /연합뉴스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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