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의 물가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란 전쟁의 재격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 달러화와 유로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4.13 mj72284@newspim.com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31일(현지 시각)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잠정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달 기록한 2.8%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와 일치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5개월 연속 ECB의 중기 목표인 2.0%를 웃돌았다.
베르트 콜라인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8월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임금 상승 압력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모두 높아졌으며, 에스토니아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에서 ECB 목표치를 초과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올라 전달의 8.5%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서비스 물가도 3.3%로 전달의 3.2%보다 높아졌다. 서비스 물가는 3년 넘게 ECB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이어가며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2.5%로 전달의 2.4%보다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근원 물가가 2.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끈질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식품 물가는 안정세를 이어갔다. 식품 물가상승률은 1.2%로 낮아지며 올해 초부터 이어진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식품 가격 안정은 가계의 향후 물가 기대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번 물가 지표는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경제지표 발표 직후 나왔다. 전날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성장해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경기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ECB가 물가 안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물가 지표가 ECB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고 평가했다.
카밀 코바르 무디스 애널리틱스 유로존 전망 책임자는 "7월 월 중동 정세를 감안하면 이번 물가 지표는 ECB를 사실상 9월 금리 인상 경로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닐 버렐 프리미어 미턴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제는 경제 여건이나 전망에 상당한 변화가 없는 한 ECB의 9월 금리 인상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리스와프 계약에 반영된 시장 가격에 따르면 다음 금리 인상이 9월에 단행될 가능성은 약 85%로 평가됐다"고 했다.
유로화는 물가 발표 이후에도 달러 대비 1.152달러 수준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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