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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럽의 '헤어질 결심'… 美 없는 '나토 독자 생존' 사활

캐나다 매체 더 월러스는 미국이 빠진 나토를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조잡한 AI 로고를 가진, 주가가 폭락 중인 유령 회사'에 비유하며 미국 없는 나토는 제도적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수 지원 역량도...

유럽의 '헤어질 결심'… 美 없는 '나토 독자 생존' 사활

트럼프의 나토 탈퇴 위협에

독일의 역사적 노선 수정과

이란 전쟁 불참 등 갈등 고조

“미국 없는 나토, 실체적 위기”

유럽 자국 방어 전력도 부족

지휘통제 체계 공백도 치명적

“10년간 최소 1조 달러 필요”

왼쪽부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18일 워싱턴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탈퇴 위협과 이란 전쟁을 둘러싼 대서양 양안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플랜 B’ 구축에 전례 없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핵 역량, 독일의 산업적 무게,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의 절박함을 결합한 독자적 작전 핵심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에서다.

핵심은 나토라는 기존 체제 내에서 미국의 지휘권과 자산을 유럽 자체 역량으로 대체하는 이른바 ‘유럽형 나토(European NATO)’의 현실화다. 이 계획은 동맹을 대체하기보다는 억지력 유지와 작전 연속성 확보, 핵 억제 신뢰성 유지를 목표로 하며 미국이 병력이나 지원을 철수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 성격을 띤다.

◆독일 국방 “나토 더 유럽화돼야”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장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한 것은 독일의 역사적인 정책 변화다. 그간 미국의 안보 우산을 최우선시하며 프랑스 주도의 ‘유럽 주권’ 강조를 경계해왔던 독일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취임 이후 노선을 급격히 수정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으며 나토 내 미국 정책에 더 이상 명확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강탈하겠다고 위협하고 유럽의 이란 전쟁 지원 거부를 이유로 나토를 ‘종이호랑이’라 비난하며 탈퇴를 기정사실화하자 독일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나토가 대서양 횡단 체제로 남기 위해서는 더욱 ‘유럽화’돼야 한다”며 유럽의 책임 강화를 역설했다. 이러한 독일의 변화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북유럽 국가 및 캐나다를 아우르는 ‘자발적 연합’ 형태의 비상 계획 수립으로 이어졌다.

◆나토, 美 없인 기능 부전 위기

다만 미국이 나토에서 이탈하거나 지원을 축소할 경우 유럽이 직면할 안보 위기는 단순히 병력 숫자의 문제를 넘어선다.

WSJ와 외신 종합 분석에 따르면 유럽 나토 회원국은 현재 자국 방어에 필요한 전력의 3분의 2만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핵심 자산인 위성 정찰, 전장 통신, 전략 공중 급유 등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시스템은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휘통제(C2) 체계의 공백이 치명적이다. 현재 나토의 거의 모든 구조는 미국 주도로 설계돼 있다. 러시아의 공격 시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버지니아주 노퍽 소재의 합동군사령부 등 핵심 본부들을 미국이 운영한다. 캐나다 매체 더 월러스는 미국이 빠진 나토를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조잡한 AI 로고를 가진, 주가가 폭락 중인 유령 회사’에 비유하며 미국 없는 나토는 제도적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수 지원 역량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위기 시 약 30만명의 병력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질량을 제공하지만, 현재 유럽에서 제대로 된 대규모 군대를 보유한 국가는 우크라이나가 유일하다. 또한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단 며칠 만에 800발 이상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소모한 것과 달리 유럽이 지난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물량은 600발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전략적 자산’ 없이는 유럽이 대규모 현대전을 지속할 능력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는 미국의 ‘핵 우산’ 대체 여부다. 유럽 내에서는 프랑스의 핵 억제력을 독일 등 타국으로 확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월러스는 “그리펜 전투기를 더 산다고 해서 미국의 핵 보장과 지휘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향후 10년간 최소 1조 달러(약 138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유럽이 가장 시급하게 메워야 할 공백은 미국의 첨단 기술 자산이다. 유럽은 대잠수함전(ASW), 우주 및 정찰 능력, 공중 급유, 항공 이동 능력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독일과 영국은 스텔스 크루즈 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발표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며 동맹국들에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구하라”고 했다. 그는 또한 국가 결속을 위해 핀란드식 징병제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의 독자 행보는 외교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17일 파리에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정상회의가 대표적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회의에는 메르츠 총리 등 유럽 주요 정상이 집결했으나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럽은 미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자 함대를 구상 중이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깊은 불신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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