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프라의 70% 美 기업들이 장악"
유럽, "독자적 경쟁력 확보" 본격 정책 추진
'전략적 종속' 해소 · 데이터 주권 강화 목표
"기술격차 크고, 막대한 R&D 투자 필수" 지적도
일부 전문가 "범유럽 자본과 규제 결집해야"
벨기에 브뤼셀 유럽 이사회 건물의 EU(유럽연합) 깃발. /사진=AP, 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지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 중심의 디지털 기술 환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섰다. 최근 유럽의 디지털 생태계가 특정 국가의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실태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기술 자립의 필요성이 재점화하고 있다.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즈 등 유럽 주요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유럽 내 클라우드 인프라의 약 70%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면서 이를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으로 평가했다. 또 유럽 기업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지출 중 약 80%가 미국 업체로 유출되고 있어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의존성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미국 법률인 클라우드 법안(CLOUD Act) 등에 의해 유럽 데이터가 외부 통제권에 놓이는 법적 리스크를 유발한다. 유럽은 이같은 전략적 종속성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가 해당 지역의 법률과 규제 범위내에서 통제되는 소버린 클라우드(Sovereign Cloud)의 구축과 소프트웨어 제작에 사용되는 설계도인 '소스 코드'를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하고 수정하며 재배포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오픈 소스' 생태계 강화라는 양대 축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위원장이 강조한 '산업가속법'을 포함한 일련의 행정 혁신도 이러한 디지털 자립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의 간소화와 유럽 공급업체 간의 상호운영성 개선을 통해 대규모 통합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포함된다.
하지만 기술 자립을 향한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유럽 내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 초대형 공급업체와의 계약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존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우며,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매년 막대한 규모의 R&D(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디지털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대응을 넘어 범유럽적인 자본과 규제 결집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AI와 데이터 플랫폼 분야에서 유럽만의 가치를 반영한 '인간 중심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이번 정책은 규제 강화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도모해 유럽 내 스타트업이 대규모 외국 기업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유럽연합은 향후 5년 내에 핵심 전략 분야에서 기술 자립도를 가시적으로 높여 디지털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규정 강화도 병행될 예정이다. 디지털 주권 확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유럽의 경제 안보와 민주적 회복력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과제로 떠올랐다.
유럽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은 조달 단계에서부터 유럽 공급망을 우선시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은 유럽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유럽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독자적인 디지털 체계를 구축할지의 여부가 전 세계 기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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