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데이터센터 확장이 전력망 운영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AI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를 어떤 조건으로 전력망에 연결하고 어떤 유연성 의무를 부과할지가 에너지 전환 속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송전시스템 운영자 네트워크(ENTSO-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유럽 송전망 운영자들이 재생에너지 수용 비중을 낮춰야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대규모 전력 수요를 만들면, 송전망 증설과 계통 접속 지연,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NTSO-E는 데이터센터를 전력망 부담 요인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적절한 제어 구조와 시장 참여 기준이 마련되면 데이터센터가 수요 자원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하고, 일부 경우 가상발전소처럼 기능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빠른 주파수 응답, 1차·2차·3차 예비력, 혼잡 관리, 전일·당일 에너지 시장 일부 참여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핵심은 접속 기준이다. ENTSO-E는 데이터센터의 램프율 제한, 진동 감쇠, 전압 제어, 무효전력 요건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신규 부하를 단순히 전력 소비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계통 안정성에 필요한 기술 요건을 함께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데이터센터 개발을 전력 수요 제약이 덜한 지역으로 유도하되, 재생에너지 통합을 제한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데이터센터 유형별 차이도 변수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운영자가 설비를 직접 제어할 수 있어 유연성 제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여러 임차 기업이 서버를 나눠 쓰는 코로케이션 시설은 부하 제어 권한이 분산돼 있어 전력시장 참여에 제약이 크다. 유럽 데이터센터 다수는 코로케이션 기반으로, 50킬로와트(kW) 이상 IT 부하를 가진 데이터센터는 1만500곳이 넘고 설치 IT 용량은 약 12.7기가와트(GW)로 알려졌다.
전력 수요의 대부분이 IT 장비와 냉각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점도 중요하다. AI와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 수요가 늘수록 전력망은 단순 공급 확대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반면, 냉각 부하는 열 관성 덕분에 일부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고, 열 저장도 계통 제약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꼽혔다.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는 일부 데이터센터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기반 구조가 작은 계통 교란에도 수백MW 규모 부하를 즉시 차단할 수 있는 것이 꼽혔다. 이런 급격한 부하 이탈은 전력 품질과 계통 안전 운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확장은 유럽 전력망에 양면성을 보여 준다는 평이다. 관리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과 송전망 혼잡을 키우지만, 제어와 시장 참여 기준이 마련되면 수요 유연성과 계통 안정성을 제공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U가 클라우드와 AI 개발법을 통해 향후 5~7년 동안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를 최대 3배로 키우려는 만큼, 데이터센터 접속 규율과 전력망 유연성 확보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새로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이다.
주영효 기자 society@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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