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통화 기준 유가 84% 상승
오일쇼크 이후 52년만 최대폭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유가와 환율 상승 여파로 지난 3월 우리나라 수입 물가가 28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잠정)는 169.38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45.88) 대비 16.1%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상승률은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입 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전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원유를 포함한 광산품 가격이 44.2% 급등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중간재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탄·석유제품은 37.4%, 화학제품은 10.7% 오르며 상승 압력을 더했다.
세부적으로는 원유(88.5%), 제트유(67.1%), 나프타(46.1%)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원유 가격 상승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원화 기준 원유 지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원유 가격 상승률은 83.8%에 달했다. 이는 1974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이 같은 급등은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0달러에서 3월 128.52달러로 약 87.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1,449.32원에서 1,486.64원으로 2.6% 상승하며 수입 가격 부담을 키웠다.
한국은행은 유가와 환율 상승이 광산품과 석유류 중심으로 수입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이미 휘발유 등 소비자 가격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지역 상황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이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완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4월 들어 두바이유 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물가의 향방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한편 수출 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3월 수출물가지수는 173.86으로 전월 대비 16.3% 상승했다. 이 역시 1998년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석탄·석유제품(88.7%), 화학제품(13.9%), 반도체 등 전자제품(12.7%)이 상승을 주도했다. 세부 품목에서는 경유(120.7%), 제트유(93.5%), 에틸렌(85.8%) 등이 크게 올랐다.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며 D램과 플래시메모리가 각각 20% 이상 상승했다.
교역조건은 개선된 모습이다. 수출 가격 상승폭이 수입 가격보다 커지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2.8% 상승했다. 이는 동일한 수출로 더 많은 수입을 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됐다는 의미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수출 물량 증가와 가격 상승 영향으로 50% 넘게 상승했다.
다만 유가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커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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