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과 회로 보드.[출처=오픈AI]
국제유가와 수입물가가 뛰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물량 증가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송민기 선임연구위원은 26일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의 수출입 물가 및 무역수지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유가 급등이 무역수지와 대외건전성에 부정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 수출물가보다 수입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여서, 유가 상승이 곧바로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2022년 상반기 동안 58% 급등했고, 그 결과 수입물가는 13.0% 올라 수출물가 상승률 7.4%를 크게 웃돌았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유가 상승 자체는 분명한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송 연구위원은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도 함께 오르고 있어 향후 무역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 수입량 10억배럴, 천연가스 수입량 4600만톤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 채 연평균 유가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배럴당 82달러대로 오를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만으로도 올해 무역수지를 약 200억달러 줄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번 국면은 2022년과는 다른 흐름도 뚜렷하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IT 부문 수출물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9% 올랐고, 수출물량도 23.0% 증가했다. 이에 따라 3월 기준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210억달러 늘었다.
결국 유가 상승이 수입 부담을 키우더라도 반도체가 이를 방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원유와 가스 수입 증가가 무역수지를 갉아먹는 요인인 것은 맞지만 반도체 가격과 물량이 동반 상승하는 현 흐름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무역수지는 흑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송 연구위원은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해서 수입 물량이 눈에 띄게 줄지는 않는 경향이 있었던 만큼,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비필수적 수입 수요를 탄력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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