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6% 넘게 떨어지면서 국제 유가 급등에도 국내 수출입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원화로 환산한 수출물가는 3.7% 떨어져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수출가격과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지표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진은 광양항 전경. /여수광양항만공사 제공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6% 넘게 떨어지면서 국제 유가 급등에도 국내 수출입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원화로 환산한 수출물가는 3.7% 떨어져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수출가격과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지표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183.23(2020년=100)으로 전월 190.32보다 3.7% 낮아졌다. 2022년 12월 6.1% 떨어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 폭이다.
수출물가의 방향을 바꾼 것은 환율이다. 7월 평균 1,497.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8월 1,406.3원까지 내려가며 한 달 사이 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유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76.75달러에서 88.75달러로 15.6% 상승했다. 유가 상승보다 원화 강세가 수출물가에 더 크게 반영된 셈이다.
실제 환율 영향을 걷어낸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수출물가가 2.2% 올랐다. 원화 기준 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흥후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8월 반도체 수출 가격은 원화로 환산하면 하락했지만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보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수입업체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별로도 환율 영향이 뚜렷했다. 공산품 전체 수출물가는 3.7% 낮아졌다. 두바이유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0.3% 오른 것과 달리 운송장비는 5.4%, 화학제품은 5.3%,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3.1% 각각 떨어졌다. 농림수산품도 2.0% 하락했다.
월별 흐름을 보면 수출물가는 올해 5월까지 11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간 뒤 6월 0.1% 떨어졌다. 7월에는 0.9% 올랐으나 8월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8월 수입물가지수는 156.31로 7월 160.14보다 2.4% 낮아졌다.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7월 1.0%였던 하락 폭도 커졌다. 지난 6월에는 4.2% 떨어지며 2023년 11월(-4.3%)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원유 가격 상승은 원재료 가격을 끌어올렸다. 원유 등이 포함된 광산품이 2.1% 상승하면서 원재료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1.5% 올랐다.
원재료를 제외한 주요 품목은 하락세가 우세했다. 중간재 가격은 4.0% 떨어졌고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4.2%, 4.4% 낮아졌다. 중간재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은 3.6% 상승했지만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은 각각 6.1%, 4.2% 하락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수입물가가 떨어졌지만 1년 전과 견주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8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5.6% 상승했다. 지난 5월 25.4%까지 확대됐던 상승률은 이후 둔화하고 있으나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 흐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년 대비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팀장은 유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된 만큼 9월에도 수입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출입 물량은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달러 기준 8월 수출물량지수는 153.48로 1년 전보다 25.9% 올라 10개월 연속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와 화학제품 증가가 영향을 미쳤으며 수출금액지수는 75.8% 뛰었다.
수입물량지수는 126.61로 전년 동월보다 12.0% 상승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기계 및 장비 등의 수입이 늘었고 수입금액지수 역시 23.1% 증가했다.
수출입 가격의 상대적인 움직임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이어졌다. 8월 수출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6% 오른 데 비해 수입가격 상승률은 9.9%에 그쳤다.
이에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9.9까지 올라 전년 동월 대비 27.1% 상승했다. 상승률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다. 지수 수준 역시 2007년 4월 120.65를 기록한 이후 19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수출물량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84.02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0% 급등했는데, 이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7.1% 개선된 데다 수출물량지수도 25.9% 늘어난 결과다.
이 팀장은 순상품교역조건과 소득교역조건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대외 구매력이 개선된 흐름으로 평가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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