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 (전)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우리나라 국민의 기후변화에 관한 인식과 이행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높다. 기후변화가 오롯이 본인들의 탓인 양 쓰레기를 분리 처리하고 다회용 컵을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며 쓰지 않는 전기 코드를 뽑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 정부가 하는 노력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에 관한 법은 2008년에 영국이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질세라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4천만 톤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은커녕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로 국제사회로부터 냉소를 받아야 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기후악당국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억 톤 후반 수준으로, 세계에서 13~17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이며,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2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 또한 전 세계 배출량 90%를 차지하는 64개 국가(유럽연합 포함)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63위로 최하위권이다. 이 성적표는 각국의 기후 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사용,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25년의 34%에서 2030년까지 43%로 증가할 전망이며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은 현재 약 9% 내외지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발전 비중은 32%로 세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내외로 세계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지금 세계는 모든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요구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시장은 현재 약 1,600조 원 규모로 이 시장은 매년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장 배경에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감축을 위한 정부 정책과 규제, 투자 확대, 그리고 기술 비용 하락이 있다. 특히 AI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효율적으로 에너지와 전력망을 관리하고,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저장장치의 발전과 비용 하락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원자력은 무탄소 에너지다. 원자력은 생산시설을 만드는데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고 영구적인 핵폐기물 처리와 리스크 관리비용 등 발전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그리고 체르노빌(1986년)과 후쿠시마(2011년)에서 발생한 사고처럼 대형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중수 누설 등 사고나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이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둘러싸고 재생에너지냐, 원자력 발전이냐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에너지 전환 논쟁은 기술이나 실용의 문제라기 보다는 경제와 환경, 진보와 보수로 나뉜 이념 대립의 성격이 강하다. 에너지 전환을 재생에너지는 환경과 불공정의 언어로, 원전은 경제와 개발의 언어로 설명하면서 논쟁이 비생산적인 진영의 이념 대립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실용의 문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동시 확대는 공존하기 힘든 목표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에 따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가동을 조절하는 출력 제어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발전 비용이 증가하고 안전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두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 송전 인프라를 AI 스마트 그리드로 통합하여 발전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지산지소형 재생에너지의 투자·설비를 확장하여 뒤처지기만 하고 있는 국가의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에너지는 단순한 공급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이 됐다. 에너지 전환이 가져다줄 미래는 근본적으로 탈탄소 사회와 녹색 문명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더 이상 정권에 따라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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