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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원가 2200원 우동이 7500원? 휴게소 가격 비밀 파헤친 기자들

인터랙티브 제작에 IT국 플랫폼기술부, 편집국 내 기획자 역할이 컸다. 외부 지원 없이 한겨레 구성원들과 수차례 회의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오랜만에 서로 다른 부서가 협업하게 됐는데...

원가 2200원 우동이 7500원? 휴게소 가격 비밀 파헤친 기자들

[인터뷰] ‘휴게소의 약탈자들’ 보도한 한겨레21 박준용·채윤태 기자

대통령도 지적한 휴게소 바가지 음식… 40%는 도로공사·운영사 몫

“휴게소는 다단계 구조”… 음식 저렴한 휴게소 찾는 인터랙티브 제작

▲한겨레21 채윤태(왼쪽), 박준용(오른쪽)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휴게소 음식이 맛이 없는데 왜 이리 비싸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의 '바가지 음식 가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임대료·수수료로 음식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한겨레21은 최근 '휴게소의 약탈자들' 기획보도를 통해 휴게소 음식 가격의 비밀을 밝혀냈다. 음식 원가는 25~30%에 불과하며, 한국도로공사와 운영사가 음식 가격의 약 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21 보도를 통해 휴게소 운영 과정에서 대금 미납·도로공사 전관 등 문제가 드러났으며 결국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한발 더 나아가 전국 휴게소의 라면·우동·핫바·돈까스 등 음식 가격을 파악할 수 있는 '전국 휴게소 혜자 가격 비교' 인터랙티브 페이지도 제작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등록하면 고속도로에서 방문할 수 있는 휴게소가 나오고, 이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서울에서 군산까지 가는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 휴게소에서 5500원 하는 우동이 바로 옆 행담도 휴게소에선 7500원에 판매되며, 행담도 휴게소 운영업체가 사모펀드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이번 기획 취재를 맡은 한겨레21의 박준용·채윤태 기자를 만나 '휴게소의 약탈자들' 취재 경위, 그리고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겨레21 박준용(오른쪽), 채윤태(왼쪽) 기자가 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 '휴게소의 약탈자들' 기획 소개를 부탁한다. 어떻게 보도를 시작하게 됐는가.

박준용 "고속도로 휴게소의 불공정 운영에 대한 기획보도다. 공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휴게소가 사실 도로공사-운영사-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이고,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비싼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휴게소 물가가 비싸다는 비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지적된 사항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휴게소가 맛이 없는 데 왜 이리 비싸냐. 중간중간 임대료, 수수료 떼먹는 게 절반이더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한겨레21은 휴게소 물가 이면에 불공정 거래와 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취재를 시작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도 큰 도움을 줬고, 휴게소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귀인을 만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취재였는데, 좋은 문제의식과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기사가 나갈 수 있었다."

- 한겨레21 편집국장은

칼럼

에서 휴게소를 '공적 공간'으로 표현했다. 실제 취재한 휴게소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채윤태 "고속도로 휴게소마다의 평균 거리는 25km다. 한 휴게소가 고속도로라는 공적 공간에서 25km 범위의 독점을 누리는 형태로, 특정 휴게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음식이 비싸다고 다른 휴게소를 찾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국가가 입찰을 통해 운영사를 선정하고, 공기업인 도로공사의 관리·감독을 맡기고 있다. 공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을 확인해보니 음식 가격에 다 이유가 있었다. 운영사와 도로공사가 상당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단순히 휴게소니까 비싼 게 아니었다."

박준용 "휴게소라는 공적 인프라를 이용하는데 다른 곳보다 비싸게, 손해를 보고 이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반 시민들은 가끔 휴게소에 방문하지만, 화물차 운전사 등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겐 생활 물가와 다름없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이점을 제공해야 할 공적 인프라에서 수십 년간 문제가 누적됐다. 음식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컸다.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휴게소 업계는 수조 원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한겨레21 기사를 보면 운영사에 수십억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사망한 점주도 있고, 납품 대금이 밀리는 일도 발생했다."

▲한겨레21의 휴게소 음식 가격 관련 인포그래픽. 사진=한겨레21 제공

- 휴게소 식품 원가를 알려주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채윤태 "기획을 함께한 김완 기자가 처음 '핫바 지수'라는 걸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휴게소 물가와 휴게소별 차이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시키자는 취지였다. 무엇보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음식 가격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휴게소 음식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고, 시각화하게 됐다."

- 전국 휴게소 물가를 알려주는

인터랙티브 페이지도

기획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기획 이유가 무엇인가.

채윤태 "처음에는 인터랙티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니 구체적이었고, 문제가 잘 드러났다. 그래서 인터랙티브도 함께 제작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를 먼저 구상하게 됐다."

박준용 "인터랙티브 핵심은 접근성이다. 휴게소 운영 구조의 문제를 '내 문제'로 이해시켜야 했다. 독자들이 휴게소 음식 가격을 한 번에 알긴 어려운데, 그나마 음식 가격이 저렴한 휴게소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왜 음식이 비싼지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랙티브 제작에 IT국 플랫폼기술부, 편집국 내 기획자 역할이 컸다. 외부 지원 없이 한겨레 구성원들과 수차례 회의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오랜만에 서로 다른 부서가 협업하게 됐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다. 비편집국 부서와의 상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한겨레21이 제작한 '전국 휴게소 혜자 가격 비교' 인터랙티브 페이지. 사진=한겨레21

- 현재는 주요 고속도로 정보만 알수 있는데, 이유가 있는가.

박준용 "처음에는 모든 고속도로 정보를 인터랙티브에 담고 싶었는데, 기술 구현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현실 가능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예전이었으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있어 생각보다 품이 덜 들었다. 단순 작업은 AI에 맡기고, 기자들이 이를 재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지속성도 중요한 과제다. 독자들이 인터랙티브를 꾸준히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채윤태 "쉽게 생각했다면 도로공사 전관이 몇 명인지 등 기사 내용을 직관적으로 담아내는 인터랙티브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독자들이 우리 인터랙티브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도 새로운 평양냉면집에 방문할 때마다 경향신문이 만든 평양냉면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종종 활용한다. 우리가 만든 인터랙티브 페이지도 그렇게 이용됐으면 한다. 인터랙티브 업데이트를 한겨레21 혼자 담당할 순 없기에,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있고 수정 요청이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 운영권 문제를 다룬 한겨레21 잡지. 사진=윤수현 기자

- 한겨레21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휴게소 운영사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를 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채윤태 "기사가 나간 뒤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됐지만 시늉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한겨레21이 보도한 내용 중 절반 정도는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나온 이슈다. 지속적인 감시가 없었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번엔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고, 의지도 있는 것 같다. 특히 국토부는 한겨레21 기사가 나가고 수의계약으로 15년간 휴게소 주유소를 운영해 온 '도로공사 전관' 업체 운영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계속 지켜보겠다."

박준용 "휴게소를 운영하는 기업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동안 문제제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제 국토부가 관심을 두고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방식의 문제가 남아있다. 휴게소에 대한 문제는 수십년 동안 유지됐다. 그러다 보니 문제점에 대한 반박 논리도 많고, 들어보면 그럴듯하기도 하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로공사도 이 문제를 책임을 갖고 투명하게 해결해줬으면 한다. 도로공사 입장에선 휴게소 사업 매출이 작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통영대전 고속도로에 있는 한 휴게소 모습. 본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 휴게소 문제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한다.

채윤태 "휴게소 문제가 처음 보도된 건 2005년이다. 20년이 지나도록 같은 문제가 나왔고,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그만큼 휴게소가 우리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이다. 정부가 휴게소 물가를 잡기 위해 직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계속 지켜보지 않는다면 개혁의 시기가 지날 수 있다. 정부에서 해결 의지를 보였으니 독자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박준용 "휴게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음식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휴게소 구조를 보면 이들이 가져가는 돈은 많지 않다. 도로공사와 운영사가 상층부에 있는 다단계 구조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또 휴게소 운영권에 대한 구조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게 문제 해결을 늦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문제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됐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 취재를 계속 할 예정이다. 관련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 제보를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러면 최선을 다해 취재하고, 문제를 확인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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