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식 박사·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 세계이사
2028년이 되면 울산은 세계의 손님을 맞는다. 울산국제정원박람회(UGE)다. 그런데 정원을 아름답게 만들고 행사장을 멋지게 꾸미는 것만으로 성공한 박람회가 될까. 김상욱 울산시장은 '시민이 주인되는 민주도시 울산'을 내걸었다. 시민에게 묻고 시민의 뜻을 존중하며 행정은 이를 받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2028 국제정원박람회의 진짜 주인은 시장도 공무원도 아니다. 110만 울산시민이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주인인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손님이 온다고 하면 주인은 자기 집부터 살핀다. 깨끗이 쓸고 닦고, 불편한 곳을 고치고, 손님이 편하게 찾아와 즐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세계의 손님을 초청해 놓고 그 모든 일을 행정에 맡긴 채 시민은 구경꾼으로만 남아 있다면 어떻게 시민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울산 110만 시민은 제대로 된 주인 노릇을 할 때다. 그 주인 노릇은 거창한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울산을 깨끗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들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를 두고 걷고, 걷기 어려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에너지를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자. 내 건강을 지키면서 탄소도 줄이자.
그럼 왜 하필 걷기인가. 그것은 누구나 마음 먹으면 실천이 가능한 탄소중립 실천 기후행동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110만 시민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할 수는 없다. 집집마다 태양광을 설치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걷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오늘부터 할 수 있다. 큰 돈도 들지 않는다. 건강을 지키고, 자동차 이용을 줄이며,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건강·교통·환경이라는 도시의 숙제를 시민의 작은 한 걸음으로 동시에 풀기 시작할 수 있다. 더욱이 정원박람회를 개최할 도시라면 시민이 먼저 걷는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주인은 그냥 편리하다고 아무 의식없이 화석연료 탄소배출에 앞장 서는 자동차로 움직이면서 세계에서 온 손님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걸어보라고 권한다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행정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원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이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자랑스러운 산업도시다. 그러나 20세기의 성공방식만으로 21세기의 성공도시가 될 수는 없다. 생산 중심에서 건강·환경·문화와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도시로,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행정이 결정하고 시민이 따라가는 도시에서 시민이 먼저 행동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울산은 지금 그런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 그리고 울산은 불꽃을 벌써 피웠다. 울산신문이 창간 20주년 기념사업으로 2028 UGE 성공 개최를 위한 탄소중립 기후행동을 세계적인 시민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Net-Zero Walk World Challenge'를 이미 시작했다. 이 도전은 세계 1,000만명의 참여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걷기 캠페인이다. 그러나 아직은 작은 불꽃이다. 아쉽게도 참여는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시민의 관심이 없어서라고 단정할 일이 아니다. 왜 참여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나의 한 걸음이 울산의 미래와 무슨 관계가 있는 지를 충분히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행정의 실질적인 지원도 없었다.
이제 이 작은 불꽃을 시민시대 울산의 요원지화(燎原之火)로 키워보자. 이 운동은 무슨 건강을 위한다는 걷기대회가 아니다. 시민 스스로 생활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건강하고 행복하며 지속가능한 울산을 만드는 시민 기후행동이다. 이 운동은 21세기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넷제로워크라는 기후행동 플랫폼을 통해서 누구나 어디서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그냥 가까운 거리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들이고 그 행동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연결해 개인의 한 걸음을 도시 전체의 움직임으로 만든다. 참여는 이렇게 어렵지 않다. 1,000만챌린지는 혼자 참가해도 좋고 가족과 함께해도 좋다. 직장과 학교, 동호회가 챌린지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울산 인구는 110만인데 목표가 1,000만명인가. 110만은 울산의 주인이고, 1,000만은 우리가 움직여야 할 대한민국과 세계 시민이다. 울산시민이 먼저 걷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동참을 권하고, 2028년에는 울산을 찾는 세계의 손님들에게도 함께 걷자고 하자. 국제정원박람회가 세계를 향한 행사라면 시민행동 역시 세계를 향해야 한다.
시민에게만 주인 노릇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시민이 주인이라면 행정은 주인이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걷고 싶어도 걷기 불편한 도시라면 길부터 고쳐야 한다. 자동차를 두고 나오라고 하려면 대중교통이 편해야 한다. 수소도시 울산답게 수소버스를 시민과 방문객의 청정한 발로 만들고 편리한 환승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시민에게 이 운동을 제대로 알리는 일도 행정의 몫이다. 울산은 교통도 바뀌어야 한다. 지역도 바뀌어야 한다. 문화관광도, 환경도, 도시공간도 달라져야 한다. 정원박람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정원 하나를 잘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울산이라는 집과 그 집에 사는 주인의 생활방식까지 바꾸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울산 대개조'다.
시민의 기후행동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기후행동 기회소득'을 통해 시민의 일상적인 기후행동을 정책과 보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울산은 왜 아무런 정책적 추진을 하지 않는가. 울산신문이 넷제로워크라는 기후행동 앱을 통해 시작한 1,000만챌린지가 있으니 울산시도 지역화폐나 공공시설 이용 혜택 등과 연결하는 울산다운 방식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도 나서야 한다. 울산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시민의 기후행동을 ESG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얼마나 좋은가. 시민은 행동하고, 행정은 지원하고, 기업은 기여한다. 이것이 '시민이 주인되는 울산'을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2028년 세계의 손님들이 울산에 왔을 때 꽃과 나무만 보여주지 말자. 수소버스가 달리고, 시민들이 걷고,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없이 이동하며, 기업과 행정이 시민의 탄소중립 행동을 뒷받침하는 도시를 보여주자. 세계의 손님들에게 이렇게 권하자. "울산의 정원을 함께 걸어주십시오. 당신의 한 걸음도 지구를 위한 한 걸음입니다"
작은 불꽃은 이미 피어올랐다. 이제 110만 주인이 그 불꽃을 하나씩 나누어 들자. 울산을 움직이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감동시키는 탄소중립 1,000만인 참가 넷제로워크 월드챌린지를 세계인의 행동으로 키워보자. 이제 시민시대 울산의 깃발을 더 높이 치켜들자. 가만히 있지말고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딛자. 2028년 울산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과 지속가능한 울산 시민시대를 활짝 열자. 홍완식 박사·세계생활체육연맹 이사·TAFISA Korea 회장
홍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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